(642)옥바라지 11년의 절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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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옥에 갇힌 약혼자를 11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옥바라지해온 정선회양이 10일 교도소측의 특별배려로 옥중결혼식을 올렸다는 이야기는 근래 드문 흐뭇한 소식이다.
정양의 갸륵한 정성에 감동한 교도소장이 결혼식과 함께 5일간의 휴가를 주었고 서울의 어떤 사람은 축의금을 신문사에 기탁했고 결혼식장에는 1천여 청주시민들이 모여 축복을 해주었다니 변함없는 여인의 사랑, 절개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존경의 대상이 되고있음이 뚜렷하다.
같이 살다가도 조그만 잘못이 있으면 이혼한다든지 별거하는 일이 흔한데 언제 풀릴지 모르는 거의 무기나 가까운 20년 복역수를 기다린 여인은 요즘 잊혀져가는 부도를 일깨워준 것으로 해석해도 좋겠다.
범행을 받아들인다기보다 범행의 동기에대해 이해하고 범행을 뉘우치는 약혼자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것은 사랑을 간직한 자신의 행위라는 것을 깨달은데서 온 것이며 이로써 정양은 한 사나이를 구해낸 것이다.
여성동위내지는 여성상위의 위치를 고집하는 오늘날의 우리 여성들은 참으로 여성의 위치가 어디에 있어야할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한 나라와 사회를 움직이는 것이 남성의 힘이고, 그 남성을 움직이는 것이 여성의 힘이라면, 우리들 여성의 힘이란 실로 막중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한 여자의 힘이 어떠한 방향으로 어떻게 작용되어지느냐에 따라 한 가정과 그 사회, 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참 의미의 여자다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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