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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회 임시국회의 폐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73회 임시국회는 9일 폐회식조차 열지못한채 유회하여 자연폐막되고 말았다. 8개월간의 파행상태를 종결하여 간신히 정상화를 이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이번 임시국회가 또다시 송원영의원사건, 민주전선사건등 돌발적인 사건을 에워싼 입씨름만으로 시종하고, 마침내는 재회의 기약조차없이 헤어지고만데 대한 국민의 실망은 비길 데가 없다할 것이다.
중요한 국사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아야할 국회가 문을 열고서는 여야할 것 없이 조그마한 일에 부질없는 극한대립만을 거듭하고, 비생산적인 욕설과 폭력까지를 서슴지않고 구사하는 난투장으로 화한 것을 보고 국민이 느끼는 실망과 허탈감은 국회무용론을 지나, 마침내 국회유해론이라는 새 낱말까지를 만들어 내게되었음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줄로 안다.
제73회 임시국회가 막판에서 특히 극한적인 대치상태를 빚어냈던 불씨는 월여전 모월간지에 게재된 담시가 대야당의 기관지에 다시 픽·업되어 전재된데서 비롯됐었다. 문제의 작품은 담시(Ballad)라고 표현되고 있으나, 문학적인 장르로서는 패러디(Parody)라고 함이 옳을 것이다. 패러디는 대작가의 원작시등을 모방하거나 개작하여, 풍자적·조롱적으로 세태를 야유하려는 것으로서 문제가 된 담시도 우리의 판소리형식을 빌어 사회를 풍자하려는 뜻이 분명했으나, 그 내용이 누구의 눈에도 좀 지나치다는 느낌을 주었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할 것이다. 우리가 알기로는 당국도 처음에는 이를 문제삼는 듯 했으나, 정식으로 입건은 하지않고, 수주일동안 신중을 기해왔던 것이므로 우리는 도리어 이로써 이 나라 언론이나 출판자유의 한계가 그어지는 듯하여 대견한 마음을 가지고 그 귀추를 주목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대야당의 기관지 민주전선에 전재되어 정치문제화함으로써 급기야 그 작자와 발행인등이 구속입건되고, 언론·출판의 자유문제가 다시 사법의 영역으로까지 넘어가게 된 것은 그 연유야 어찌됐던 크게 유감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당연히 문제시되어야 할 것은 누구의 눈에도 좀 지나치다는 느낌을 준 문제의 패러디를 대야당이 그 기관지에 전재했던 의도라 하겠으며, 이점 책임있는 대야당으로서는 스스로 전제가 없어서는 아니됐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라 할 것이다.
어쨌든 국회가 이 사건을 계기로 극도로 흥분하여, 해군방송선 납치사건처럼 중대한 문제가 돌발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책질의조차 하지못하게 하고 더군다나 소수정당도 아닌 대여당이 의사당안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사태를 빚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이 된 담시사건이 이미 형사문제화한 이 시점에서 여당이 다시 이를 정치문제로 삼아 의사진행조차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특히 소수당의 전용물처럼 생각돼오던 의사당내에서의 폭력행위를 대여당이 저질렀다는 아이러니를 국민은 못내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국회는 이제 여야할 것 없이 국민이 국회에 대해서 보내고있는 실망의 심도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상도하여 폐회기간중 냉정을 되찾고, 심기일전하여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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