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분동안 열차통제 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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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화재 당시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이 화재 신고를 접수하고도 22분이 지나도록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상행선 열차 기관사들에게 정상 운행을 지시한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또 대구지하철공사가 전날 공개한 사령실과 1080호 전동차 최상열 기관사의 교신 내용이 경찰이 지하철공사에서 밝혀낸 내용과 상당 부분 차이가 나 이들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20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종합사령실은 사고 열차인 1079호의 화재 신고를 중앙로역 측으로부터 받은 지 22분 후인 이날 오전 10시17분에서야 "모든 열차는 사령실 지시를 받고 발차하라"고 지시해 뒤늦게 열차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사령실 측은 화재 신고 접수 2분 뒤인 오전 9시57~58분부터 상행선 열차인 1080호가 중앙로역에서 "연기가 나고 엉망이다. 답답하다. 빨리 조치 바란다. 대피시키나 어떡하나"라고 보고해 왔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령실 관계자들은 또 19일 브리핑에서 "9시58분에 '위급한 상황이다. 안내방송을 하고 대피하라'는 지령을 최상열 기관사에게 내렸다"고 발표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사령실이 대피명령을 내린 시각은 이보다 4분 뒤인 10시2분이었다.

사령실은 또 9시59분 이후 단전으로 인해 1080호와 통화가 불가능했다고 발표했었으나 경찰은 3분 뒤인 10시2분에도 사령실 관계자가 崔씨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령실 근무자들이 근무 장소를 이탈하는 등 근무를 태만히 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崔기관사가 사고 직후 지하철공사 관계자들과 수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 은폐 공모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최상열 기관사는 사고 직후 현장을 벗어나 오후 9시30분 경찰에 출두할 때까지 11시간여 동안 인근 다방과 식당에서 지하철공사 상사와 동료, 친구 등을 만났다는 것이다.

경찰은 崔씨가 자취를 감췄던 11시간 동안 지하철공사 간부들과 여러차례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실도 밝혀내고 崔씨를 상대로 통화내용 등을 조사 중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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