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급 선율의 향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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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음악은 정말 천사들의 언어다. 이토록 심령을 즐겁게 할 수 있기는 역시 음악이 가장 뛰어난 것 같다.
이번 정경화 3남매의 연주회 (19, 21일 서울 시민 회관) 는 한마디로 상류급 「프레지르」의 향연이라고나 할지. 그들이 포용하고 있는 적극적인 호소력과 표현술은 아무래도 청중들에게 잠재한 집단 감정과는 필연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까닭에 더욱 그랬다.
두 무대를 통해 볼 때 놀라울 만큼 진보된 명훈 군의 성장을 특기하고 싶다.
명화양의 첼로도 기존 수준에 심도를 더하고 있었지만 「드보르작」의 협연 (서울 시향·김만복씨 지휘)은 「질그릇에 담겨진 능금 격」, 「솔로」와 「오키스트러」를 따로 들을 수 있는 재주가 있었던들 덜 안타까 왔을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그들만의 「정 트리오」의 밤 (21일) 은 무대와 객석이 혼연의 경지를 이루었다. 베토벤과의 교양 있는 대화, 어딘가 이국적인 「아렌스키」의 매력, 뭐라 말해야 옳을지 알 수 없는 기이한 소리는 신비감 마저 자아냈다. 또 브람스의 트리오 제1번에서는 서정파 문학적인 운치가 한결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다. 정경화의 재주는 정말 자랑스럽다.
이렇듯 기와 혈연이 빚어내는 조형미적 음악성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집단 감성간에 멋진 뉘앙스로 「매스」 (단괴)를 감응시킨 예는 극히 드물다.
그들의 톤은 카오스를 극복했으며 산 리듬을 추구하고 있다.
다만 우리의 국내 작품이 이런 훌륭한 연주에 힘입어 해외에 소개되길 제언하고 싶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나 전체적으로 매우 뜻 있고 가치 있는 작업이다. 따라서 다시 올 다음 기회에는 우리의 작품도 안배되어 몇 배 더 뜨거운 해후가 이루어지질 바란다.

<김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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