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달 초 한·일 정상회담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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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본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조속한 회담 개최를 한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도쿄 시내 일식당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 이병기 주일대사의 만찬 회동에서 일본 측이 이 같은 희망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기시다 외상은 이 대사에게 “올 하반기엔 9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10월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 등 다자 정상회담 계기가 많으니 이를 활용해 두 정상이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기를 희망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대사는 이에 대해 ‘대화를 위한 대화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방침임을 확인하면서 “일본 측의 입장을 본국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회동은 일본 측 제안으로 마련됐고,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사무차관과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외무성 핵심들이 배석했다.

 일본 측은 “정상회담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으로, 특히 다음 달 5~6일 러시아 G20 정상회의에서의 회담 실현에 적극적이다. 역사인식, 독도 문제로 한국과의 외교 경색이 장기화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가 삐걱대는 데 대한 위기의식도 있다.

 만찬 회동에 배석했던 이하라 국장이 22일 방한하는 등 G20 정상회의 직전까지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양국 간에 활발한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성사되면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 취임과 올 2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간에 이뤄지는 첫 정상회담이다.

 이에 대해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현재 한·일 간에 정상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일본의 태도가 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회담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편 19일 만찬에서 기시다 외상은 한·일 관계에 대한 절제된 표현이 담겼던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지향적인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 대사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 대사는 아베 총리의 전몰자 추도사에 1993년 이후 모든 총리가 반복해온 ‘반성과 애도’ 표현이 빠진 데 대해 유감을 표했으며, 역사인식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아베 총리가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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