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교육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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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침대와 의자만은 미제가 제일 좋다고들 한다. 모양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왠지 제일 편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당연한 얘기다. 미국의 가구 메이커들은 등허리를 얼마나 굽히면 사람이 편해지는지, 또는 쿠션이 어느 정도라야 이상적인지를 연구해가면서 의자 디자인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이런 것을 무시하고 그저 모양만 본 떠가는 우리네 가구가 편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가구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문교부에서는 새로이 교육과정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이에 따라 국민교 수업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한다. 앞서 국민학교의 수업시간을 단축한데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게 또 데보노가 말하는 창조적인 수평사고의 덕택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지금까지 문교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툭하면 「제도」를 바꿔나가기를 즐긴다는 것도 그저 수평사고에 치우친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수평적 사고의 목적은 새 아이디어를 산출하는데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육 속에 현실화하는 데에는 또 다른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교육은 아이디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또 다른 사고와 또 다른 작업을 우리는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연 전에 옥스퍼드 대학의 개조를 위한 2천 페이지에 가까운 건의서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이 건의서가 나오기까지에는 10명 이상의 위원들의 7년에 걸친 조사가 필요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우리네 교육「안」들도 이만한 연구·조사를 거쳤는지 의심스럽다. 또 너무 큰 아이디어들에만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하는 느낌도 든다.
가령 국민학교 1학년 아동의 책가방 속을 들여다본다. 교과서 서너 권에 공책 서너 권, 필통, 크레파스, 풀, 가위, 스케치·북, 자, 도시락…. 이만한 무게를 어린아이가 들고 십분 이상을 걸어서 통학해도 건강에 지장은 없는지?
이런 눈에 띄지 않는, 그러나 중요한 교육의 한 면에는 아무도 머리를 쓰고 있는 것 같지 앓다.
의자가 불편하다고 바꿔 나가기만 하면 한이 없는 게 아닐까. 이젠 그럴 때도 지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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