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화 거리 먼 발명특허|아이디어·자본의 분리 등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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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기l442년 5월19일 세종대왕의 세자 문종이 측우기를 발명하여 이탈리아의 베네데로·카스텔리보다 약2백년이 앞섰다. 이날을 기념하여 제정된 발명의 날도 어언 14회 째. 그간 국민의 관심도도 높아져 발명을 했다는 특허권 신청만도 7천2백66건(69년)이나 되고 있다. 금년 들어 3월말현재 1천9백68건이나 되어 매년 약30%정도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더욱 두드러진 특징은 전자파트에서의 높은 관심도이다. 전자파트에서 매년 5백 건 정도의 신청율이 작년엔 부쩍 늘어 1천4백7건, 금년3월말현재 벌써 4백39건이나 된다. 금년도 발명의 날에 대통령상을 받은 정만영 박사의 특허발명품도 역시 전자제품이다. 이렇게 매년 큰 관심도를 보이고있는데 비해 기록적인 발명이 없을 뿐 아니라 연간 약 5천여명의 특허권자들이 실생활에 이를 거의 활용하지 못해 연구와 실제가 따로따로 유리되고있는 현상을 빚고있어 반성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 발명의 날을 기해 고질화되다시피 한 이들 문젯점들을 들춰보기로 한다.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해가며 연구한 실적으로 매년 약1천2백여명씩 나오는 특허권자들이 권리를 얻고 난 다음에 이를 실용화하고있는 율은 겨우 10%에 불과한 1백명 정도. 외국의 경우같이 기업에서 하는 직무발명이 적고 돈 없고 시간이나 있어 연구를 하다가 제출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어서 자본을 끌어들이기가 곤란하며 또 곧바로 실용화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멀거나 터무니없이 단가가 높아 도저히 생산에 연결을 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아이디어와 자본이 분리되고 있다. 또한 기업가들의 아이디어개발에 대한 진취적인 관심이 희박, 고유의 방식 속에서만 허덕이는 현실 또한 고질병의 원인을 조성하고있다.
뿐 아니라 대 메이커의 발명은 거의가 사장의 이름으로 되어있어 실제 연구 발명한 유능한 사람들이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아 발명에 대한 의욕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의 하나다. 고안자에 대해 의욕을 돋워주는 의미에서도 고안자가 출원을 해야하며 또 보장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특허법 제15, 16조에 의하면 메이커에 소속되어 있다하더라도 고안자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이 고안하여 특허를 받아 선전까지 해 놓은걸 모방하여 제출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은 것도 우리 나라 발명계의 한 질병이다.
그간 특허권으로 2중3중 싸움이 벌어진 게 한두 건이 아님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허를 신청하는 발명자들의 자세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거라도 해서 일확천금을 해야지 하는 배금주의자들이 발명이랍시고 하는가 하면 『시간이 있으니 해보는 거다』하여 막대한 돈을 버리는 사례가 너무나 허다하다. 필요와 경제성을 종합검토한 끝에 연구에 들어가는, 다시 말하며 직무발명과 같은 발명이 있어야 하겠다. 특허가 나온 후에야 공업화하려고 발버둥치다 돈과 정력과 시간만을 소비하고 허탈상태에 빠지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더구나 특허출원 지식이나 변리사선정문제에 대한 사건지식이 꼭 필요하다.
전반적인 견지에서 볼 때 국가적인 관심이 더욱 요청된다. 23명의 심사원과 15명의 심판관으로 운영되는 특허국의 업무량이 과중하며 심사원들의 능력보완도 과학지식의 깊이에 비례하여 있어야한다. 1백89명의 회원을 지닌 발명협회가 재정난에 허덕이며 유명무실하게 지내오는 현상 같은 건 중요한 반성의 예. 가까운 일본발명협회의 경우, 정부보조 등으로 14억원의 예산이 투여되고 있다.
끝으로 금년 발명의 날에 획기적인 발명으로 우수 발명상을 받은 발명내용을 보면 다음과 갈다.
▲대통령상(정만영 박사·45)=전자부문발명, 즉 진폭변조를 하는 데 있어서 수정발진자의 임피던스 특성을 전압가변용량 다이어트를 사용. 세계 최초의 일이다.
▲국무총리상(한치선 박사·45)=국방색 염료의 제조원료를 단일 염료분자(요소와 무수푸탈산)를 합성하여 만들어 냄. ▲상공부장관상(오재현·유택수씨)=고급고령토 정광분말 제조.<이봉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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