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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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으로부터의 보도에 의하면 주한미군의 재속 여부에 대한 미 국방성 계획에 관한 일절의 언급이 14일 발표된 레어드 국방장관의 회의증언에서 삭제됨으로써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추측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한다. 또 미 국방성의 어떠한 관리는 UPI기자와의 회견에서 『주월미군의 철수계획이 끝나면 미국은 군비절약의 감군 대상으로 유럽보다는 한국을 먼저 고려하게될 가능성이 매우 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보도는 미 국방성이 주한미군의 감축을 비밀리에 계획하고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므로 우리한국의 중대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군 대부대는 늘 한국에 주둔시키느니 보다 한국군을 현대화하는 것이 훨씬 좋은 투자』라고 하는 주장(레어드 증언)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①주한미군의 감축 내지 철수가 공산측으로 하여금 미국이 한국방위를 포기하거나 소홀히 하고 있다는 착각을 갖게 함으로써 남침의 의욕을 북돋워줄 공산이 크고 ②한국방위의 비 미국화에 상당히 긴 시일과 방대한 경비가 소요되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일종의 위험스러운 곡예임을 부인치 못한다.
3월 11일∼12일 하원의 비밀 증언에서 레어드 장관은 한국군의 현대화 경비는 거의 지출되지 않았으며 『현대화된 한국군은 주월한국군 2개 사단뿐』이라 했고, 휠러 합참의장은 작년10월 「국군의 날」에 방한하여 한국군 장비를 보았는데 육·해·공군의 장비가 모두 노후되어 있으니 그 장비개선이 시급하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국 군 장비의 노후나, 북괴의 남침 준비에 비추어 『대한군원의 필요 건은 긴박하기 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미 국방성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한군원에 매우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면 우리로서 이해하기 어렵다. 닉슨 행정부는 오는 7월1일부터 시작되는 71회계 년도 대한 군원을 70회계 년도와 같은 수준인 1억4천만불 선을 요청했는데, 국방성이 70회계 년도 대한군원으로 배정한 액수 가운데는 말썽 많던 대한 특별군원 5천만 불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금년 초 의회의 통과를 거쳐 확정된 대한 지원 5천만 불은 사실상 한국에 아무 혜택도 주지 못하게 되었다. 이 특별 군원안이 미국의 상·하원을 왔다갔다하면서 간신히 통과된 경위를 잘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결국 그 특별군원 액이 통상 군원액 속에 둔갑하고 말았다는데 대해 대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최근 북괴는 중공과 화해하여 긴밀한 기대를 다시 맺게되었지만 소련은 양자의 재접근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면서도 북괴군 현대화를 위한 환부를 지속하고 있다. 소련과 중공의 공동 지원이 북괴의 전력을 증강하고 그 사기를 고무해 주리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처럼 북괴의 군사력과 사기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국군의 현대화나 전력 증강을 위한 본격적인 군원을 게을리 하면서도 「닉슨·독트린」에 의거해서 「한국방위의 비 미국화」를 서두른다고 하면 한국의 군사정세는 상대적으로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미국의 행정부나 의회도 이 점을 각별히 고려하여 전력보강 없는 미군의 감축 논의가 심히 무책임한 것임을 자각하고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안보를 지원하는데 보다 더 성의 있는 노력을 다해 줄 것을 요망하고 싶다. 적침 역량이나 의도의 과소평가에 따르는 군사력의 일방적인 감축이 결국 공산주의자로 하여금 침략의 좋은 찬스를 갖게 한다는 경험상의 교훈을 회상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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