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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상춘낙원|『카나리아』섬의 한국인들|원양어선단 기지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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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름이 아름다와서 기억에 남는 곳. 그래서인지「카나리아」제도는 별로 관광선전을 하지 않는데도 언제나 관광객들로 들끓는다. 옛날「그리스」신화 때부터 이름이 오르내리던 이 고도에도 한국인의 얼굴은 별로 낯설지가 않았다. 구미 사람들처럼 관광여행으로 들르는 곳은 아니지만 20여척의 원양어선단들이 이곳에 기지를 두고 활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인을 만나면 대뜸『일본 사람들이냐』고 묻는 악습(?) 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한국인』이라고 하면『태권도할 줄 아냐』에서부터 부채춤, JAL기 사건등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친근감을 표시한다.
「아프리카」대륙의 북부에 모두 7개의 섬으로 구성된「카나리아」제도는 15세기이래 「스페인」의 영토로 되어 있다. 제일 추운 때라야 17도C, 한창 무더운 때가 26도C인 사시상춘의 이 섬은 구미대재벌들의「겨울집무실」로 통할만큼 그 피한지이다.
그래서 인지「푸에르토데·라·크루스」항 같은 곳은『주민보다 관광객이 많은 곳』으로 통하는 형편. 화산암의 절벽을 비치면서 가없이 펼쳐진 백사장과 태양을 받아「비치」빛으로 출렁이는 파도의 아름다움은「아스팔트」와 우중충한「빌딩」가에서 부대껴오던 구미인들에게 더 없는 유혹이 되었을 것이다.「테네리페」도는「카나리아」제도 가운데 가장 큰 섬.「컬럼버스」가 대서양 횡단을 시작한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상춘의 이곳에서 운경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유명해 졌다.
이섬 중앙에 있는「몽타냐·테이데」산은 해발 3천7백17m로 백두산에다 속리산 하나를 더 붙인 높이. 해수욕이나「보트」놀이를 즐기면서 설봉을 바라보노라면 신에 대한 경건한 마음이 절로 솟아난다고 우연히 사귀었던 연중「파리장」이 말했다.
그러나 관광객의 주머니가 모두 여행수표로 무장된 것은 아니었다.「레스노랑」에서 만난 한 영국여인은『남편과 함께「바캉스」를 즐기러 왔다』면서『저녁에는 이 식당에서「웨이트리스」로 일한다』고 명랑하게 웃었다.
이처럼『관광객의「팁」으로 관광을 하는』손님들이 줄잡아 3분의1은 된다는 얘기이다. 세계의 모든 국적과 인종이 뒤범벅이 된 이「세계시」의 생존방식은 참으로 별나구나 싶었다. 그리고 참으로『평화스러운 생존경쟁』이라는 그 영국여인의 말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이곳의 명물은 그밖에도 많다.「테네리페」도 북쪽에 있는 식물원은 온-열대 식물의 만화경이며「몽타냐·테이데」설봉과 함께 손꼽히는 관광「코스」.
그러나 이 보다도 15세기이래「스페인」인이 산등성에 이룩해 놓은 계단식 농장이 있다. 한알의 곡식을 위해 쌓았던 돌계단이 산 전체를 기하학적인「석단의 산」으로 만들어 티없이 맑은 하늘의 배경과 함께 인공미와 자연미의 절교한 조화를 이루어 놓은 것이다. 【테네리페도에서 이기태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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