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피살" 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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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산=장호근기자】경찰이 유괴살해된 것으로 보고 2주째 수사를 펴오던 파주군 천현면 법원리420의 이병식씨의 2남 이문규군(11·율곡중 1년4반)이 가출한지 14일만인 5일 하오6시 집에 나타났다.
이군은 4월22일 말없이 집을 나가 그 어머니 이무진여인(43)이 경찰에 가출을 신고, 이 수배를 받은 이리경찰서는 이군을 살해했다는 용의자 고태진군(17·양주군 광적면)을 잡아 현장검증까지 벌였으나「알리바이」가 성립되어 석방하는등 소란한 수사까지 벌였었던 것이다.
살아 돌아온 이군말에 의하면 이군은 지난달 22일 하오 6시30분쯤 돈 2만원만 가져오면 매달 3만원씩 벌게 해준다는 26세가량의 기지촌 불량청년의 꾐에 빠져 잠자는 어머니 이여인이 배에 차고 있던 돈주머니에서 2만2천4백원을 훔쳐 갖고 집을 나가 그 청년을 따라 서울역앞 양동 골목길까지와 그 청년에게 2만원을 뺏기고 5일까지 13일동안 서울역 대합실에서 잠을자며 굶주리다 못해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군이 집을 나간뒤 어머니인 이여인은 23일 가출인 수배를 경찰에 의뢰하는 한편, 법원리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영희씨(36·여)로부터 이군이 고태진군과 같이 노는 것을 보았다는말을 듣고 고군의 행방을 찾다 지난달 27일 고군의 고향인 전북 익산군 낭산면 석천리로 내려갔다. 이여인이 고군이 자기집에 있는 것을 보고 인근 낭산지서에 가『내아들을 고군이데러온 것 같으니 조사해 달라』고 의뢰했었던 것이다.
한편 고군에 의하면 지난달 28일 상오8시쯤 전북 익산군 낭산면 석천리 누님집에 있으려니까 낭산지서 서모순경이 나타나 지서로 연행, 숙직실로 끌려 들어가『이문규를 죽여 어디에 묻었느냐』고 추궁,『바른대로 안대면 전기고문 하겠다』는등 갖은 협박과 주먹다짐에 못이겨『자기가 죽여 양주군 노고산 중턱에 묻었다』고 허위자백을 했다는 것이다.

<치안국서 진상규명>
치안국은 6일 유괴살인 되었다는 율곡중학교 l년 이문규군(11)의 살해범으로 이군의 친구 고모군을 살인범으로 단정, 허위자백을 받은 전북 이리경찰서의 수사「미스」에 관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치안국은 이군이 지난 5일 살아서 집에 돌아오자 고군을 유괴살해범으로 허위 자백까지 받고 현장검증을 실시하는등 미성년의 인권을 크게 침해한 점에 관해 철저히 진상을 따져 수사관계자들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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