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족|향상된 체위|이린이(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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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①향상된 체위 ②OX식 교육의 가치관 ③사랑의 편재 ④전통과 현실의 혼란 ⑤문화실조
우리가「어린이」란 새말을 갖게 된지 47년. 이 단어는 지난 반세기동안 끊임없이 우리나라의 어른들을 계몽시켜 왔다. 이 단어를 처음 듣고 자신이 발음하고 거듭 생각하는동안 나이 어린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자세가 상당한 변화를 일으켜 왔던 것이다.
늘 아버지 식탁에 따로 놓여지던 맛있는 음식접시가 사실은 한창 성장중인 아이들 밥상으로 옮겨져야 하지 앉을까 하는식의 생각을, 하기 시작한 한국의 가정들이『엄마보다 키가 큰 딸, 아버지 보다 체중이 더 무거운 아들』을 길러내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1920년이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신장발달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21년 14살난 남학생의 평균 신장은 142cm였는데 이 숫자는 34년에 148cm, 38년에 150cm로 점차 향상되다가 45년 146cm , 53년 138cm로 급격히 저조해지고 63년 148cm, 66년 155cm로 다시 향상한다. 2차대전, 해방, 6·25등 고통스럽던 시절이 청소년들의 키를 줄어들게 하는 작용을 했으며 66년이후의 경제적 안정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키의 자녀들을 길러냈다는 것을 알게 된다.

<66년후 급격히 성장>
어린이의 체위는 어른들의 사랑, 어른들이 이룩한 경제적 바탕, 어른들이 그들을 기르고 교육해 가는 방법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체위뿐 아니라 내면의 성장이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물론이다.
68년,「지옥」이라고 불리던 중학 입시 준비의 멍에를 국민학교 어린이들에게서 풀어주자 억눌렸던 어린이들의 세포는 부쩍부쩍 자라기 시작했다.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중학입시 제도를 폐지한지 1년만인 69년10월에 실시했던 체력검사 결과는 입시 지옥속이던 68년에 조사한 결과와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68년 키 138·5cm, 몸무게 30·8kg, 가슴둘레 64·8cm이던 6학년 남자 어린이는 소위「지옥」에서 풀려난 1년만에 키 141.6cm, 몸무게 31·6kg, 가슴둘레 66·5cm의 크게 성장한 어린이로 변모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연평균 성장치는 키 4cm, 몸무게 3kg, 가슴둘레 2·5cm로 잡고 있고, 일본에서는 키 5·9cm, 몸무게 3kg, 가슴둘레 2·2cm로 잡고 있다. 키에 있어서는 일본 어린이가 성장기 동안 매년 1·9cm 더 커지는 일을 계속한다는 결론이고, 이런 현상은 어느새『일본인은 왜소하다』는 우리생각을 멋 적게 만들어 버렸다.

<왜소한 일인은 옛말>
입시 지옥에서 놓여난 서울 어린이들이 1년동안에 보여준 성장치(키 남 5·7cm, 여 6·3cm, 몸무게 남 3·4kg, 여 4·4kg, 가슴둘레 남 3·2cm, 여 4cm는 우리가 최근 10여년동안 감수해온 일본 어린이와의 성장치 경쟁에서의 패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서울 어린이들만의 문제이며 시골로 내려가면 전혀 낙관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69년 서울대학의 부설기관인 국민체력과학연구소는 「영양이 체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나서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환경의 차이가 자녀들의 키·앉은키·몸무게의 차이를 가져온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서울 시내에서 이른바 1류, 2류, 3류로 꼽히고 있는 국민학교의 학생들 사이에서 나타난 차이이며 1류교와 3류교 사이에는 키 1cm∼4cm, 몸무게 0·5kg∼lkg, 앉은키1cm∼2cm의 평균차를 나타냈다.

<학교차는 체위에도.>
부모의 체위를 그대로 물려받는데 그치지 않고 우수하게 양육,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을 인정하고 난 후 어른들에게는 다음 세대의 국민체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뒤따르게 된다.
68년 대한학교체육회는 전국 어린이의 43%가 과외수업, 빈곤, 학교 환경등으로 질병에 걸려 있다고 발표했다. 보사부의 통계에서는 어린이의 70%가 충치에 걸려있는 것이 나타났다. 서울 시내의 1백80개 공·사립·학교 교실안의 공기오염도를 조사한 6개 대학 약대생들은 47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의 교실공기가 건강을 해칠 정도라고 발표했다.
서울시경이 69년에 집계한 교통사고 요인에서는 1세∼14세의 어린이가 사망자의 34%로 수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놀이터 없이 길가에서 뛰어 놀거나 차도를 마구 건너다 희생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성장막는 학교환경>
이보다 더한 비극도 우리는 많이 가지고 있다. 농·어촌과 낙도의 어린이중에는 체위향상은 커녕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으며『술 지게미를 먹고와 취해서 공부했다는 소녀의 편지』가 보도된 것은 바로 얼마전의 일이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나고, 몸이 튼튼하고, 서로서로 돕는 아름다운 어린이들로 자라기를 우리는 새나라를 찾고 나서 기원해 왔다.
그 기원속에 우리 어린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부모보다 튼튼한 몸」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우리가 할일은 그들의 자녀가 또다시 부모보다 튼튼한 몸을 갖게 되기를, 그리고 시골과 도시의 부모들이 같은 키를 갖게 되기를 기원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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