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공약수정? 청와대 "그대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제49주년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할까. 정치권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대목이지만 청와대는 증세 없이 복지공약을 지키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수정하거나 이행을 축소하는 것, 세율을 높여 증세를 하는 것에 모두 부정적이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14일 “대통령이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해보지도 않고 수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지금은 그대로 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노력을 한 뒤 문제가 있다면 그때 다시 증세 문제나 공약의 수정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에서조차 “공약 재조정이 필요한 현실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말해야 한다”(심재철 최고위원)거나 “어느 수준의 세금을 부담하고 어느 수준의 복지를 누릴지 국민적 공감대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김기현 정책위의장)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과는 다른 기류다.

 청와대가 ‘증세론’이나 ‘궤도수정론’에 고개를 젓고 있는 이유는 박 대통령의 공약 실천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안을 수정하라고 지시하면서도 “민생안정을 위해서는 상반기에 확정한 140개 국정과제를 얼마나 차질 없이 잘 이행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는 ‘현오석 경제팀’에 대한 문책요구를 차단하는 데도 부심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경제팀이 한창 일할 때인데 문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질론을 잠재우려 했다. 청와대 정무라인은 세제 개편안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집안단속에 나섰다. 정무라인의 전화를 받은 한 재선 의원은 “당의 여론이 너무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노력을 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 전했다.

 청와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현 경제팀을 그대로 가져가려는 데는 앞으로 경제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전망에 기대는 부분도 있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지난 9일 세법 개정안 원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지난 7월 상반기 부가가치세 신고가 끝났는데, 당초 목표보다 (세수가) 조금 더 걷혔다”며 “경기상황과 함께 세수결손이 차츰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여러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도 최근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일부 상향조정하고 있는 추세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세수는 2조원 이상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 지난 13일 중산층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안이 수정돼 세수 4400억원의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됐지만 경제가 조금 더 활기를 띠게 되면 증세 없이도 복지재원 충당이 가능하다는 게 당·청 수뇌부의 생각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경제성장률이 4% 이상 유지되면 세수가 증대되기 때문에 공약실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금정국의 ‘출구전략’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예산안을 짤 때 공약이행에 대한 복안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표명해온 세출 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재원확보 방안까지 포함해 9월 초 국회에 제출되는 예산안에 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허진·김경희 기자

관련기사
▶ 민주당 "현오석·조원동 경제팀 구성부터 재검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