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협력관계의 증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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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일 협력위원회 제2차 총회가 20일부터 3일간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정치·경제·문화등 각 분야에 걸친 양국간의 민간협력을 증진시킨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한일협력위가 그동안 회의를 거듭하면서 상호이해를 증진시키는데 큰 기여를 해왔음은 이번 총회에서 행한 양국 수석대표들의 기조연설에서도 한결같이 지적되고 있는 사실로서 우리는 이점을 흐뭇하게 생각한다.
이번 총회는 ⓛ극동 및 동남아정세와 한국안보문제를 위시해서 북괴·중공의 접근, 그리고 일·중공 무역문제 등 아시아 정세의 변화를 검토하는 정치부회와 ②한-일 경제협력을 위한 10개년 계획의 수립문제, 아시아공동체형성문제, 한-일 경제협력권의 설정문제를 토의하는 경제부회, 그리고 ③한·일간의 문화교류증진방안을 논의하는 문화부 합동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상한 각 부회의 의제가 시사하는 것처럼, 한·일간의 협력관계는 차차 구체화되어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데 이처럼 협력의 밀도가 짙어짐에 따라서 우리는 다시 한번 한·일 협력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이에 입각해서 보다 밝은 장래를 기약키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국교정상화후의 한·일 협력은 주로 일본자본의 일방통행적인 상륙이었다는 감을 주고 있는데 대해서 우리는 커다란 반성을 해야 할 줄로 안다. 무역역조가 7대 1로 벌어지는 마당에서 일본이 여전하게 한국상품에 대하여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있는 사실에 대해서 우리는 유감을 금치 못한다.
더우기 근자에는 일-중공간의 각서무역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일본대표가 스스로 자기나라를 비난하는 공동성명에 서명을 하는 등 전대미문의 저자세로써 대중공무역을 확대시키려는 곡예를 보이고 있음을 볼 때, 일본측의 대한협력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를 우리는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협력이 일방적인 자국상품 판매촉진수단이라는 감을 짙게 보여주는 한, 진정한 협력관계의 성립은 기대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총회에서 대두하고있는 한·일 경제협력권의 비전이 무엇인가를 보다 선명하게 일반국민에게 부각시키기 전에 협력의 밀도를 짙게 하는 것도 하나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의 협력에서처럼, 무조건 받아들이는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은 한-일간의 장기적 협조라는 각도에서는 어느 모로나 결코 소망스럽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경제협력은 한-일간의 장래 경제관계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아래서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상호이익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상호이해의 대립으로 단기적인 협력이 도리어 장기적인 트러블요인을 형성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번 총회에서는 한·일 문화교류의 증진을 위해 세미나 개최, 문학작품의 교환 번역 및 보급, 그리고 문화교류 센터의 설치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 같으나, 지금의 우리 실정은 우리의 사대주의 경향 때문에 문화부문에서 조차도 일본문화의 수직적 유입현상이 현저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음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저속한 일본소설이 멋대로 번역되고있으며, 일본의 유행가요들이 그대로 우리의 대중가요 속에 도도히 스며들고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일본문화를 받아들인다 할 때 과연 어떤 문화를 어떤 형태로 할 것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더우기 오늘의 일본의 고유문화가운데서 우리로서 받아들일 것이 얼마나 되느냐에 상도할 때, 이점은 특별히 신중한 태도가 요청된다할 것이다.
요컨대 보다 긴밀한 협력으로 한-일 양국민의 상호이익을 증진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 그 협력의 밀도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우리의 주체성을 잃지 않도록 대처하는 민족적 슬기를 견지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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