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회서 물의 일으킨 ADB의 난맥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한국·미국·일본 등 30여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 제3차 총회를 폐막한 아시아개발은행이 추진회원국가의 산업개발을 위한 차관이나 융자라는 그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은행고위간부들과 직원들에 대한 개인 앞 융자로 유용하고 과도한 사무비로 낭비하고있는 사실이 최근 미국의회의 비밀 증언에서 밝혀져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하원의 공화당출신 오트·패스먼(루이지애나주)의원은 서울회의에서 케네디 재무장관이 아시아은행기금으로 1억불의 추가제공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운영의 난맥상이 철저히 시정되지 않는 한 미국의회는 한푼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ADB의 이 같은 거액의 유용사실을 캐낸 패스먼 의원은 조사회에 출두한 ADB 미국대표와 미재무성 관리들에게 미 국민들이 낸 2억불의 세금이 낭비 된데 극도의 분노를 표시하면서 『ADB는 내가 지금까지 조사했던 어느 기구보다도 가장 비능률적인 경영을 해왔다』고 개탄했다.
패스먼 의원은 조사결과 대부분의 ADB자금이 투기적인 사업에 투자되고 69년 한해 동안 이익금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 사무실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4억5천2백만달러의 자본금을 가진 ADB는 지금까지 1억4천만달러의 차관을 승인했을 뿐이라고 밝힌 패스먼 의원은 후진회원국들에 개발차관을 공여하는 목적을 가진 ADB가 오히려 투기적인 사업투자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히면서 ADB의 자금낭비 사실을 다음과 같이 파헤쳤다.
①ADB보다 6배의 자본금을 가진 미국수출입 은행이 불과 3백64명의 직원들을 두고있는데 반해 ADB는 고위 간부진을 뺏고도 4백38명의 유급직원들을 거느리고 있다.
②ADB는 영업을 개시한지 3년이 넘는데도 지금까지의 차관약속에 비해 실제로 방출한 것은 9백30만불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1천1백60만불이란 거액을 사무비로 사용했다.
③ADB는 69년 l천2백90만불의 이익을 냈다고 보고했는데 이중 불과2%만이 금리이고 나머지는 투자의 소득이다.
미수출입은행의 사무비가 총 이익금의 5%에 불과한데 반해 ADB는 약45%에 해당하는 5백60만불을 연간 사무비로 사용했다. 패스먼 의원은 또 ADB 고위간부들의 유흥접대비가 2만4천불에서 4만4천불로 급격히 늘어난 것을 밝혀내고 조사회에 출두한 ADB의 미국측 대표 버너드·자고린씨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4만4천불 가운데 절반이상의 비용이 일본인 총재와 다나베·다께시(도변무)씨가 여러 외국인사들을 접대하는 일에 썼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ADB의 내막을 파헤친 이번 의회조사회에서 가장 열띤 논쟁의 초점이 된 것은 ADB가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고위간부와 직원들 각 개인에게 융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워성턴EPS합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