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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살기 불안해 CCTV 사업 참여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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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경숙 케이에스아이 대표는 “기회가 된다면 결혼·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 IT 인재들의 재취업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찾는 방문 고객들은 주차권을 따로 뽑지 않는다. 지하주차장에 차량이 접근하면 주차 관리 기기가 알아서 차량 번호판을 인식해 차단기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층마다 LED전광판을 통해 빈 주차공간이 몇 개 있는지 운전자에게 공개된다. 쇼핑을 마친 고객이 자신의 차량 주차 위치를 잊었을 때는 층마다 배치된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러한 통합주차관제시스템을 관공서 및 백화점에 처음 도입한 곳이 케이에스아이다. 현재 영상주차관제시스템 시장 점유율의 30%가량을 차지한다. 노원구·동대문구 등 관공서의 CCTV 통합관제센터와 불법 주정차단속시스템도 케이에스아이의 제품이다.

국내 7400개 정보통신공사업체 중 200위권 안에 든다. 2003년 창업 후 11년간 매년 매출이 성장해 지난해 매출액은 154억원에 달한다. 창업자인 김경숙(56) 대표는 “창업 후 내내 호랑이 꼬리를 잡고 있으며, 멈추면 잡아먹힌다는 심정으로 달려왔다”며 “더 빨리 뛰면 언젠가는 호랑이 등에 올라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텨온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분야는 여성 창업자가 흔치 않은데.

 “창업 당시만 해도 이 업계 유일한 여성 대표였다. 지금도 부모 혹은 남편 사업을 물려받은 곳을 제외하면 창업자 중 유일한 여성이다. IT분야 중에서도 CCTV 관련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엄마’라서였다. 2003년 삼성동 벤처 밸리에 입주했을 때 이미 나는 다른 벤처 창업자들보다 나이가 많은 유부녀였다. 다른 회사들이 게임, 내비게이션에 집중할 때 나는 납치·유괴 등 ‘엄마’로 살기 불안한 세상이라는 데 집중했다. CCTV 관련 민간 보안시장이 클 거란 생각도 거기서부터였다.”

  -기술력 확보가 어렵진 않았나.

 “밤 새우는 걸 밥 먹는 것보다 많이 했다. 당시 360도 회전카메라 같은 CCTV 기술은 전부 외국산이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하이패스 기기를 도입한다고 공고가 났는데 외산보다는 국산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직원들과 다리 밑에서 이틀 밤을 지새우며 테스트를 해 국내 최초로 관련 기술 특허를 냈다. 불법 주정차 방범 CCTV 기술을 시험할 때는 폭설이 내리는 개천변에서 직원들과 모여 밤새도록 카메라 테스트를 반복하기도 했다.”

 -엄마와 CEO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는지.

 “힘든 순간이 많았다. 바깥일, 집안일 모두 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연일 야근 후 집에 돌아왔는데, 아들이 잠들기 전 ‘엄마 오늘 내 생일이었어요’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혼자 많이 울기도 했다. 대신 아이들에게 엄마가 사랑하고 있다는 걸 매번 확인시켜 줬고, 남편의 도움도 컸다.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스스로 즐거운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늘 상기시켰다.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긍지, 자부심을 갖고 프로의식을 가지려 노력했다.”

 -앞으로의 사업 목표는.

 “CCTV 통합관제시스템 분야는 시장 전망이 밝다. 단순히 방범용이었던 CCTV는 이제 지능형 통합관제센터시스템을 통해 첨단 영상 감시는 물론 범죄 예방과 교통 체증 등 사회적 비용 감소 역할도 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군부대 통합관제시스템 관련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여성 벤처인으로서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교류로 도움을 주고 싶다. 회사가 좀 더 자리잡게 된다면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개발자들의 재택근무를 제도화하는 등 ‘여성 새로 일하기’ 움직임에 보탬이 되고 싶다.”

글=이지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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