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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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8세기 초, 이른바 과학적 실험이 귀족들의 새 고상한(?) 취미로 등장하기 시작할 무렵의 얘기다.「아벨·노이에」라는 사람은 「루이」15세의 앞에서 다음과 같은 진기한 실험을 보여 왕과 정신들을 폭소케 만들었다.
그는 수백 명의 수도사들을 철사로 일렬로 묶어 세웠다. 그리고는 그 철사에 전류를 통하게 하였다. 그러자 이 모든 성직자들이 동시에 하늘 높이 껑충 뛰어 올라갔다.
이처럼 왕을 기쁘게 만들기 위한 장난이 과학이라는 이름아래 이루어진지 수세기가 지났다. 그러나 「아벨·노이에」의 실험은 요새도 가끔 보게된다. 이번의 JAL기 납북사건 같은 것이 바로 좋은 실 예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수도사들이 아니라 백여 명의 무고한 탑승객들이 희생되었다. 오늘의「아벨·노이에」는 일본도를 휘두른 10여명의 일본극좌 공산분자「적군파」학생 들이었다. 그리고 18세기의「아벨·노이에」는 왕을 비롯한 일부 사람들이라도 웃길 수 있었지만, 이번의 사건을 저지른 일본의 극렬 학생들은 아무도 웃겨주지 조차 못했다.
「아벨·노이에」는 또 전류에 관한 실험이라는 명분이나 내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의 범인들에게는 그럴만한 명분조차도 없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공산주의라는「이데올로기」를 위한다고 하겠지만, 그들은 세계에 대하여 바로 이런게 공산주의의 정체임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는 셈이다. 공산주의는 여기 물든 사람들을 모두 광신자로 몰아 넣는다. 그리고 그들이 뚜렷한 목표를 상실하면 할수록 더욱 광적인 말썽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20시간이 넘는 그 동안의 실랑이로 볼 때 이들에게는 백여 명의 무고한 승객들의 고통은 아랑곳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혹은 이들은 일본도를 휘두르면서 야릇한 영웅심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어쩌면 이들은 공산주의 자체를 그들의 이지러진 심리와 행동에 대한 안성맞춤의 위장으로 여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엄청난 풍요와 「레저」에 마비되어, 오히려 『자유로부터 도피』를 찾게되는 병리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특히 자유민들이 실지로 공산주의의 음흉한 전법을 체험해 보지 못했을 때는 더욱 그 병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이번 JAL기 납북사건은 여러 가지로 일본 국민에게 깊은 교훈을 던져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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