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우나 성의아쉬운「초대작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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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견 작가라는 칭호는 비교적 자기 개성의 수준을 유지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러나 그 개성의 수준을 일률적으로 한정하기란 어려운 노릇. 더구나 다양하고 평가 기준이 모호한 현대 미술에 있어서는 보는 이에 따라 격차가 현저하기 마련이다. 신세계 화랑의 초대 작가전은 과거 이 화랑을 이용한 미술가들의 이름 가운데 선정한 것이지만 그런 나름으로 신세계가 초대한 중견작가의 작품전이다. 26명이 1점씩 내놓았기 때문에 개개 작가의 근작 경향을 꿰뚫어 볼 수는 없지만 사실화·추상화·동양화·서예에 걸쳐 다채롭게 개장 기념 전을 장식했다. 노령의 도상봉씨로부터 최연소자는 방혜자씨에까지 미치고 있다.
서양화가 16명, 동양화가 8명, 서예가 2명이 이 초대전에 출품했는데 김기창씨는 수채화 같은 추상작품『준동』을 굳이 서양화라 했다. 이에 비하여 가녀린 선으로「에스키스」하기를 즐기는 김종하씨는 언뜻 동양화로 착각할 만한 여인도롤 내놓았다. 한복 차림의「모델」이며 거기 표현된 색조가 동양화다운『봄의 환상』이다.
그러나 일부 초대된 작가의 무성의한 출품은 이 전시회의 전체 분위기를 흐려 놓았다. 신세계가 당초에 초대전을 마련한 것은「갤러리」의 제구실을 찾기 위한 시도인데, 그것이 일부 작가의 비협조로 말미암아 그 가능성이 한층 희박해지지 않았을까. 심지어 전시 작품에는 시내의 모모 화랑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었던 것을 겨우 장소만 옮겨 놓은 것조차 끼여있기 때문이다. <26일까지 신세계 백화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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