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항생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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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의사로서, 특히 소아과 의사로서 신문·방송의 약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걱정스러울 때가 참 많다. 당장이라도 병이 나을 듯한 과장광고로 치장을 하고 있는 약들중에는 항생제가 포함돼 있는 것이 많으며,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이런 약이 금물이다.
항생제는 병이 반짝 낫게 하는 효력을 갖고 있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대표하고 있다.
어린이용「시럽」으로도 나와 있는데다가 값이 싸서 많이 쓰이는「클로로 마이세틴」은 재생 불능성, 빈혈증을 유발하는 수가 있는 무서운 약이다. 물론 만명중 하나가 걸릴까 말까한 부작용이지만, 우리집 아기한데 안 일어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으며 부작용이 일어 났다 하면 그것은 생명을 잃는 무서운 것이다.
「데라 마이신」은 많이 먹이면 어린이의 이에 착색현상을 일으켜 누렇게 되기도 한다.
약국에서 누구나 약을 살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진국에서는 절대로 의사의 처방 없는 약을 맡지 않는다. 간단한 소화제나「비타민」「아스피린」정도라면 몰라도 항생제를 갈 수는 없다. 이 방면에 아무런 규제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약의 해로부터 어린이를 보호 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양식뿐이다.
몰론 항생제를 꼭 써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 때는 쓰되 의사의 판단으로 쓰는 일을 결정해야 하며 꼭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 폐염이나 편도선염을 앓고있는 어린이에게 항생제를 먹일 경우 열이 내리고 다 나은 것 같아서 약을 끊는 어머니를 많이 보는데, 반드시 의사가 처방한 기간만 계속 먹이도록 한다. 항생제는 적당한 양을 일정 기간에 계속 먹어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생후 3, 4년미만의 아기는 신장 기능이 성인의 반밖에 활동을 못하므로 어른보다 더 많은 양의 약이 배설되지 못하고 체내에 남아있게 된다. 아기에게 먹이는 약의 양이 나이나 몸무게에 따라 달라질 만큼「델리키트」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신명희(고려병원 소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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