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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독과점 논란 문화의 경제민주화…결국은 소비자가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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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러스트=강일구]

한국 영화가 연일 폭죽을 쏴 올리고 있다. 관객 1억 명 시대를 돌파했고, 흥행작이 속속 이어진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장악했을 한여름 극장가도 한국산 문제작 2편이 동반 흥행 중이다.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다. ‘설국열차’는 찬반양론이 있다 해도 기대치의 문제일 뿐 봉준호 감독의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33세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는 젊은 재능의 발견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어느 때보다 뜨거운 분란도 있다. 올봄 ‘아이언맨 3’ ‘은밀하게 위대하게’ 때 나왔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이어졌다. 대형 배급사를 뒤에 업은 두 작품이 전체 스크린의 70%가량을 독식해 작은 영화의 설 자리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급기야 영화계의 성명 발표가 이어졌다. 강한섭 서울예대 교수 등 영화학과 교수 56명은 법적 규제를 촉구했다. 미국조차 블록버스터라 해도 전체 스크린의 20% 정도에서 상영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는 “정부와 영화계의 즉각적인 협상 테이블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에 규제가 만능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상당하다. 법적 규제에 위헌 소지가 있고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자율 규제를 강조한다.

 흥미로운 것은 스크린 독과점 이슈를 둘러싼 영화계 내부의 양상이다. 한 평론가는 “이른바 진보 좌파 영화인들이 영화의 경제민주화 이슈인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서는 유독 소극적”이라며 “ 돈줄인 거대 기업에 찍히면 제작자든 감독이든 평론가든 살아남기 힘들다는 방증”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스크린 독과점은 오래된 이슈다. 명분(이상)과 현실의 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관객의 다양한 선택권 보장을 위해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지만 정작 극장은 관객이 원한 영화를 틀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물론 규제론자들은 그 관객의 선택, 취향이라는 것도 극장이 만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결국 관건은 관객이다. 소비자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인 이성규씨는 페이스북에 “대형마트에 라면이 달랑 두 회사 것밖에 없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언론도 보도하고 소비자 관련 단체도 성명서를 쏟아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영화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없다. 지금 한국의 관객은 영화 자본이 지정해 주는 영화만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왜 이런 것에 저항하지 않는가”라고 썼다.

 말하자면 영화에도 소비자 운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침해당한 관객들의 분노가 실체임을, 영화의 종 다양성이 구두선이 아니라 소비자의 진짜 권리이고 진짜 욕구임을 보여줘야 할 때다.

양성희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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