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8월 파업 악몽 … 도요타는 "글로벌 생산 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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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을 원하면 피하지 않겠다. 이제 교섭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문용문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현대차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신청을 했고, 13일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가결되면 17일부터 파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노사는 여전히 팽팽히 맞서 있다. 노조는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5조2734억원)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1인당 3000만원꼴이다. 통상임금의 800%인 상여금과 61세 정년 보장도 요구안이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면 현대차는 노조원 개개인마다 1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추가로 줘야 한다. 현대차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400만원(임원 포함)이다.

노조 요구 수용 땐 1인 1억 추가로 줘야

노조는 이 밖에 노조원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경우 기술 취득 비용으로 1000만원씩 줄 것을 제안했다. 현재 현대차는 3자녀까지 중·고·대학생의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사측 관계자는 “9월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노조 분파 간 선명성 경쟁이 격렬해지면서 노조의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크게 7개의 분파가 있다. 노조원 수는 경기도 연천군 인구와 맞먹는 4만4358명이다. 권오일 노조 대외협력부장은 “각종 특근을 모두 하고, 상여금까지 포함한 금액을 두고 연봉이 많다고 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차가 이런 식의 갈등을 겪는 것은 올해만이 아니다. 1987년 설립된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한 해는 지난해까지 22년에 이른다. 파업이 없었던 해는 단 4년뿐이다. 특히 2년 주기로 돌아오는 노조 집행부 선거가 걸린 해엔 노사 갈등이 한층 거칠다. 22년 파업으로 현대차가 만들 수 있었는데 못만든 차는 120만 대나 된다. 생산차질을 돈으로 따지면 13조3730억원으로, 국내 중견기업 49개의 연 매출을 모두 합한 수준이다.

 특히 2008년 이후 파업은 휴가철을 전후한 8월의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2008년 8월엔 나흘간, 지난해 8월엔 16일(휴일 제외)간 공장이 멈췄다. 그 사이 현대차는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지만 파업 때면 판매가 뚝 떨어졌다. 2008년 8월엔 2007년 8월보다 판매가 1만6340대(-7.7%) 줄었다. 지난해 8월엔 1만2673대(-4.1%)가 덜 팔렸다. 국내외 경기가 안 좋은 올해는 불안감이 더 크다. 교섭 결렬 소식이 전해지면서 7일 현대차 주가는 3.2% 하락했다.

내달 집행부 선거 … 선명성 경쟁 격화

 반복되는 노사 갈등은 현대차의 체질을 나쁘게 만들고 있다. 현대차의 올 2분기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2조4065억원)은 5.2%(1316억원) 줄었다. 많이 팔긴 했는데 남는 건(수익성) 줄었다는 의미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 방식 혁신으로 노동 비용을 상쇄하던 것이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갈수록 노동 생산성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차 한 대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7시간으로 포드(20.6시간), 닛산(18.7시간)보다 길다. 반면에 시간당 평균 임금은 34.8달러로 일본(37달러), 미국(38달러)에 근접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사 분규로 발생하는 손실은 소비자와 협력업체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애국심 마케팅’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의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입차는 이런 틈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2001년 0.7%에 불과했던 수입차의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0%를 넘어섰다. 가격 인하에 소극적이었던 현대차와 달리 파격 할인도 한다. 도요타는 지난달까지 캠리 2.5 가솔린 모델을 정가보다 350만원 싼 3070만원에 팔았다. 현대차 쏘나타의 최상위 등급 차량보다 싼 가격이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 분규는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며 “나라 경제를 볼모로 한 파업으론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수익성 악화, 수입차는 할인 공세

 이에 대해 권오일 노조 부장은 “고생하는 조합원에게 회사가 어렵다는 걸 동의해 달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며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으니 합법적으로 쟁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복적인 파업으로 인해 현대차가 파업을 하면 국민은 ‘또 하나 보다’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서도 꼭 알려야 할 이슈를 제대로 못 알리게 된다”고 말했다.

김영훈·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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