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로마」의 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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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50년에 완성된「로마」의「테르미니」역은 규모나 설비가「유럽」제일이라고 자랑하는데「뭇솔리니」의 마지막 선물이라고도 했다.
그보다도 왕년의 명수『종착역』에서「몽고메리·클리프트」와「제니퍼·존즈」가 시종 서성대던 곳으로 더 유명할는지 모른다.
나는 그「테르미니」역에 감개무량한 기분으로 내렸다.
「택시」운전사가 좋은「팝숑」(「호텔」같은 곳)을 안내해 주어서 식사도「팝숑」에서 들었고「팝숑」에서 알선해준 관광「버스」를 이용했기 때문에「이탈리아」어느곳보다도 편하고 평범한 수일을 보냈다.「팝숑」주인은 동작이나 모습이 성격배우「괴터·로레」같기만 해서 우스웠다.
나는 매일「스파게티」만 먹었다.
「스파게티」를 나르는 어른인지 어린아이인지 분별하기 어려운「웨이터」가 걸친 검정색 바지, 배추색「스웨터」의 색조화는 볼 때마다 인상적이었고 깊은「노스탤지어」로 끌고 가는 아름다운 색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영화『로마의 휴일』에 나온「스페인」계단, 『애천』의「트레비」분수, 『로마의 애수』의「로마」거리, 『쿠오바디스』의「아피아」가도- 모든 곳이 지난날 젊은 시절에 본 영화에서 이무러워진 곳이라 그리웠다.
지금 나는 늙었구나 생각하니 엷은 피부가 부드러우면서도 아프게 피부에 스며왔다.
「로마」는 무엇보다도 감동적 아닌 것이 없었지만은 내가 가장 감동했을 때가「바티칸」궁안에 있는「시스티나」예배당의 천장화를 볼 때였다.
천재「미켈란젤로」의 대작『천지 창조』『실락원』『최후의 심판』은 보는사람을 무한한 공간 속에다 끌어 당겼다.
그리고 그 위업은「이탈리아·르네상스」의 대표적인「모뉴멘트」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괴테」는『「시스티나」예배당을 보지 않고서는 한 인간이 무엇을 해내느냐에 대해서는 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는데「미켈란젤로」의 초인적인 위업은 끝없는 인간의 가능성을 호소하고 있었다. <끝> 【글·그림=천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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