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맹은 동굴과 폐허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7도선(월맹)24일AP동화】남북 월남을 가르고 있는 17도선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이 분계선은「통킹」만으로부터「벤하이」강의「히엔루옹」교에 이르기까지 8㎞나 뻗어 있다.「벤하이」강 부근의 넓은 계곡에 살고 있는 월맹인들은 밤에는 지하에 마련된 동굴에서 기거하며 날이 밝으면 밖으로 기어나와 밭을 갈고 있다.
그러나 밭이나 길에는 오랜 전쟁의 상흔인 폭탄 및 대포자국이 마구 패어 있다.「쿠아퐁」행정위원회의「호곡·티엔」부위원장(32)은 푸른 배경에 평화를 상징하는 흰 비둘기들이 장식된 방에서 AP통신을 대표하여 월맹을 방문한 우리 내외를 맞이해 주었다.
이 방에는 붉은 바탕에 금빛 월남 어로「호지명 대통령은 영원히 살아 있다」고 쓰인 기가 꽂혀 있었다.
본 기자와 만난「티엔」은 DMZ의 유래로부터 월맹에 관한 말문을 열었다.「티엔」은 이어「쿠아룸」촌민 등의 주요 수익원이 고기잡이라고 밝히고 『모든 촌민이 어부인 동시에 용감한 투사들』이라고 말했다.
아내가 참호를 다 빠져 나와 내 곁으로 다가서고 있을 때 갓난아기를 몸에 안고 또 다른 아이를 옆 세운 한 월맹 여인이 눈에 슬픈 빛을 가득 담은 채 통역을 통해『미국인들은 왜 우리와 싸우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참호 끝에는 검은 만에 흰 글씨로『「마르크스·레닌」주의 만세』라는 표식 판이 서 있었으며 모든 동굴에 사는 붉은 벽 위에 호지명의 사진이 걸려 있고 그 아래에는 종이로 만든 꽃다발과 촛불이 놓여 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