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성과 우선, 사초는 원칙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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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6일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휴가 구상을 끝내고 업무 복귀 첫날 예상을 뛰어넘는 참모진 개편을 한 데 이어 이날 국무회의에선 장관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도전, 새로운 변화 구상’을 내놨다. 민생 살리기를 중심축으로 하면서 사초(史草·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말함) 증발 사건에 대해선 원칙대로 처리해 나가겠다는 게 핵심이다. 투 트랙 전략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에 대해 “중요한 사초가 증발한 전대미문의 일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알려진 사건들만 봐도 다시 있어선 안 될 잘못된 사건이 많다”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변화는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정리하고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미 사그라진 사초 증발 논란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그런 만큼 사실상 중단돼 온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등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하반기 국정운영의 목표점도 분명히 했다. 세일즈 외교 대통령이 될 것이며, 경제 살리기 등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밖으로는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세계를 상대로 외교력을 넓히며 경제를 살리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대한민국의 세일즈 외교 대통령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민생을 위한 강력하고 추진력 있는 정부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국무위원 여러분도 심기일전의 자세로 새 변화, 새 도전에 앞장서 주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청와대 비서진을 새롭게 교체한 것도 그런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한 것”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 목표와 기조를 분명히 밝혔다”며 “결국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경제가 활성화돼야 복지도 할 수 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세일즈 대통령으로 뛰겠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전반기에 외교·안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박 대통령이 하반기에는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며 “대통령이 된 후 보여주는 인사 스타일과 조목조목 지적하는 리더십은 대통령이 되기 전과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민생 안정을 위해 야당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국무위원들에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국민의 삶과 경제 회복을 위해 힘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한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 민주당에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원내대표 등이 참여하는 5자회담을 제의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사초에 대한 언급은 박 대통령의 평소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고, 이날 발언의 중심은 민생을 살리겠다는 데 더 무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민생과 국정 성과를 원한다면 반드시 정국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민생 을 강조하면서 사초 증발을 거론했는데 이런 의도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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