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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5회 "변화" 6회 "도전" 4회 … 공직 다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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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비서진 개편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홍원 국무총리, 박 대통령,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장관들에게 변화와 도전을 주문했다. 여름휴가에서 돌아와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다. 전날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해 참모 5명을 전격 교체하는 고강도 쇄신 처방을 한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들에게도 “심기일전의 자세로 새로운 변화, 새로운 도전에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민생을 위한 강력하고 추진력 있는 정부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각 부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바로잡고 공무원들이 과거에 안존하지 않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적극 나서며 개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A4 용지 네 장 분량에 달했다. 특히 ‘새로운 변화’(6번), ‘새로운 도전’(4번) 등 ‘새로운’이라는 표현을 15번 썼다. ‘2기 청와대’가 들어선 만큼 각 부처도 새로운 자세로 임하라는 박 대통령의 부탁이자 지시였다.

휴가 전엔 농담 섞어가며 회의 진행

 자연 국무회의의 분위기도 평소와 달리 엄숙한 가운데 진행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평소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때 참석자들에게 농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곤 한다. 휴가 전 열린 국무회의(7월 23일) 땐 상의를 벗고 셔츠 차림을 한 장관들에게 “그렇게 팔을 걷어붙이면 싸우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라고 웃음을 유도했었다. 하지만 이날은 회의 시작 전은 물론 회의 중간에도 일절 농담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국무위원은 “대통령이 휴가도 다녀오고 또 휴가철이기도 해서 농담도 하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그런 얘기가 전혀 없었다. 일관되게 공직자의 기강 문제를 말씀하면서 (자세를) 다잡아야겠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 때는 대가성이 없어도 공무원이 돈을 받으면 징계하도록 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언급했다. “공직문화 혁신을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면서다.

 국무회의 때마다 거의 빠뜨리지 않고 강조해 온 부처 간 칸막이 제거 문제도 또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에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정보의 개방과 공유가 행정부처 간은 물론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행정부와 사법부에 이르기까지 국가 전반에 걸쳐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며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비판했다. <중앙일보 7월 26일자 3면

부처 칸막이 또 거론 … 협업 미흡 질타

 전날 큰 폭의 개편을 한 청와대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업무의 연속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석이 바뀌었다고 비서관이 모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비서관들에 대한 점수가 매겨져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일부는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재신임을 받은 유민봉 국정기획, 조원동 경제, 모철민 교육문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과 이정현 홍보수석 등 5명의 ‘살아남은 수석’은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민봉 수석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반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일해야 하겠다는 자세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날부터 각 수석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걸 시작으로 업무파악에 들어갔다. 청와대에선 “원칙론자이면서도 업무처리가 철저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실장이 어떤 변화를 주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김 실장은 우선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늘리기로 했다.

김기춘 실장, 수석비서관회의 늘려

지금까지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했지만, 2주에 한 번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없는 화요일에 회의를 더 열기로 했다. 그러면서 금요일 회의는 월요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보고될 내용을 사전 점검하는 회의로 변경했다. 대통령이 보고를 받기 전 비서실장이 조율을 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는 얘기다.

 김 실장은 이날 국무회의에도 배석했다. 회의 전 국무위원들과 만나 차를 마시며 상견례를 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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