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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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콘라트·알러스」서독정부 대변인은 16일 「빌리·브란트」서독 수상은 이 달 중 동부 「베를린」에서 양 독 수상 회담을 열자는 「빌리·슈토프」 동독 수상의 서한에 대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회담일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양 독 수뇌회담은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슈토프」동독수상의 서한은 지난 1월 22일 「브란트」 서독 수상이 동독에 보낸 서한의 회신으로서 그에 앞서 「브란트」수상은 동·서 정부간의 무력행사 포기선언의 교환과 기타 문제에 대해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의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슈토프」는 ①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국제법규를 기초로, 조약에 의해 양 독 간의 관계 정상화와 평화공존을 위해 직접 수뇌회담이 필요하다는 것 ②문제의 긴급성과 중요성에 비추어 될수록 빨리 회담을 열 것 ③어쨌든 문제가 되는 것은 전쟁이냐 평화냐의 안전보장 문제라는 것 ④회담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전화 또는 「텔리타이프」로 「브란트」 수상과 접촉할 용의가 있다는 것 등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종래 동독은 회담의 전제조건으로서 서독에 의한 동독의 승인을 요구해 왔었으며, 작년 12월 18일 「울브리히트」 동독 대통령이 「하이네만」 서독 대통령에 보낸 서한만 보더라도 『동·서독이 평등한 입장에서 조약을 체결할 것』만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번 「슈토프」의 서한에서도 그러한 전제조건이 붙어 있지만 안전보장 문제 등 기타 문제가 포함되고 있어 동독 태도에 있어 약간 변화의 조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양 독 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그 회담에서 어떤 진전이 이룩될 것인가는 적이 의문시되고 있다. 회담이 개최된다는 사실 자체만을 가지고 말할 때, 서독이 현재 동구제국과 다각적인 대화를 전개하고 있는 이상 서독으로서는 그의 대 동구정책을 더욱 활발히 전개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동독은 동구공산권의 최강경파로서 그들은 서독·소련 간, 서독·「폴란드」간, 그리고 서독의 대「체코」, 「헝가리」 등의 접촉을 반대하고 있었던 만큼 만일 동·서독간의 직접회담이 열리게 되면 서독의 대 동구 다각외교는 더욱 적극화 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지겠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독일은 1945년 5월 8일 「포츠탐」에서 무조건 항복한 이래 분할되어 구라파 냉전의 초점이었다. 그러므로 동·서 회담이 개최된다는 것은 동 지역의 해빙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회담이 열려도 동·서독 주장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동독은 서독과의 관계가 국제법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철두철미 주장하고 있을 뿐더러, 나아가 「오데르·나이세」 국경선의 승인은 물론 「뮌헨」 협정의 폐기까지를 변함없이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 반면 서독은 양독 관계는 「외국이 아닌 특수관계」이며, 당면해서 무력행사 포기선언을 교환할 것을 요구하고 무역·산업·과학·운수·우정·문화·「스포츠」 등의 협조와 교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회담이 열린다해도 그 전도는 낙관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한국과 마찬가지로 분단되고, 냉전의 초점이었던 동·서독의 대화는 같은 운명의 한국의 입장에서는 자못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언젠가 독일이 통일된다고 할 때 그의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독일 내지 구라파 정세는 한국 내지 「아시아」에 정세와 비교해서 현격히 다른 것이 있다. 구라파에서의 해빙 「무드」가 그대로 한국 내지 「아시아」에 적용되리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동·서독 관계를 직시하면서도 우리는 그 상황이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있음을 언제나 명백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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