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아시아」작가회의와 서울 국제「펜」대회|한국「펜·클럽」위원장 백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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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10일자로 수개의 주요한 일간지에 오는 6월 중순 자유중국「펜·클럽」주최로 대북에서 열리는 제3차「아시아」작가회의와 뒤이어 우리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작가회의와 관련된 기사를 읽었다. 이 기사들은 모두가 오는 서울대회의 성과를 기대하고 우려하는 나머지 혹시라도 자유중국「펜」주최의「아시아」작가회의가 서울대회의 발등을 밟는 장애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내용의 것이었다. 따라서 그 기사들이 쓰여진 의도에 대해선 한국「펜」으로서는 감동을 할지언정 조금도 탓할 뜻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기사들이 대외적으로 미치는 영향성이다. 우선 국내의 독자들에게도 자유중국의「펜」과 한국「펜」사이에 무슨 대립 같은 것이 개재된 듯한 인상을 주기 쉽고 더 우려되는 것은 혹시라도 이 기사내용이 외신으로 보도되어 나갔을 때 그것으로 해서 두 개의 「펜」사이에 어떤 틈이 벌어진다면 이것은 한국「펜」을 옹호하는 호의가 결과로선 서울대회에 대한「마이너스」가 되는 사태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기사들과 관련하여 한국「펜」으로선 동기사가 나온 10일 하오의 간부회의에서 장시간 이 문제를 갖고 토론한 끝에 혹시라도 독자에게 오해가 갈 점을 고려하여「펜」으로서 실정을 밝혀 둘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 글의 내용은 전혀 내 개인 의사만이 아니다.

<남다른 우호관계>
우선 독자에게 밝히고 싶은 것은 자유중국「펜」은 한국「펜」과의 관계에 있어서 다른 어느 나라「펜」과의 사이보다도 가장 우호적 관계의「펜」이라는 점이다. 그 증거는 무엇보다도 이번 서울대회를 유치하는데 있어서 중국「펜」이 최선두에 서서 적극지지를 한 사실로서 족하다. 우리 대표단이「망통」대회로 떠나기 전에 벌써 중국「펜」에서는 공한을 보내와 서울대회의 적극지지를 전해왔고 특히「망통」대회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임어당 박사는 노구를 이끌고 두 번씩이나 강력한 발언을 하여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또한 오가는 사담에서도 임 박사를 비롯한 중국대표들은 서울대회에 대해 중국「팬」으로 무슨 일을 도울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을 여러 차례들은 바도 있다.

<고의성은 없는 듯>
이런 사실들로 미뤄보더라도 이번「아시아」작가회의의 일자결정이 서울대회의 의정에 장애가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 까지 중국「펜」이한 처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사실 두 개의 작가회의 일정의 선후관계는 한편 생각하면 전야제 뒤의 흥행 같아서 서울대회가 김이 빠지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도 들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두개의 회의는 그 성격과 규모도 다르고 대북 회의엔 주로「아시아」 지역의 사람들만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세계작가회의에 영향이 온다고는 볼 수 없을뿐더러 어떻게 보면 그 선후관계에 있어서도 서울대회의 대단원을 위하여「아시아」작가회의가 전주곡의 구실을 할 수 있는 경우도 된다는 생각이다.

<세 행사 모두참석>
그리고 이번 두 개의 문학회의에 참석하는 대표들의 여행자적인 심리에서 볼 때에도 그런 논법이 설 수 있다. 우리 속담에『뽕도 딸겸 임도 볼겸』이란 말이 있다. 떠난 김에 대북 회의에 들러보고 뒤이어 약 6일간 일본의「엑스포」를 보고 서울에서 세계회의의 대 장면을 본다는 일석삼조의 수확을 노려보는 일이다. 본시 일본「엑스포」까지 겹친 3개의 행사에 대한 합리적인「콤비네이션」에 대하여는 일본「펜」의 간부들과 숙의 한 바 있다.
서울대회에 오는 대표들로서「엑스포」를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일본「펜」이 단체로 알선을 한 뒤에 그대로 서울로 옮기고 서울대회가 끝나는 대로「아시아」작가회의로 갈 사람은 가면 되지 않겠느냐 하는 이야기였고 또 이런 뜻을 적어서 중국「펜」에 회의일정관계에서 서로「타이밍」을 맞추면 좋겠다는 공한을 띄운 일도 있다. 그 결과가 6월 15일자로 선행하여「아시아」작가회의의 일정이 결정이 된 셈인데 이 문제는 먼저 말하다시피 중국「펜」으로선 서울대회로 가는 도중이니까 그런 처사를 할 수도 있지 않았는가 보는 것이다.

<대표유치 힘써야>
아뭏든 결론은 이렇다. 중국「펜」에서 결정한「아시아」작가회의의 일정이 우리 서울대회에 어떤 영향관계를 가지고 있던 간에 이미 결정, 공개되어 버린 일. 남의「펜」이 독자적으로 한일에 우리가 구체적인 간섭을 해서 변경을 시킬 수도 없는 일인 바엔 그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그 사실을 우리 서울대회에 유리하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세우는 것이 상책이라고 본다. 내 개인생각으로선 작년「망통」대회에「아시아」지역의「펜」대표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아시아」지역에만은 따로 사절을 보내 유치 운동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오던 차인데 마침 우리 대회에 앞서서「아시아」지역작가들이 한데 모이는 기회가 생겼으니 이 기회를 선용하여 우리「펜」이 강력한 대표단을 이 회의에 참석케하고 적극적인 유치운동을 전개하여「아시아」작가회의의 여세를 몰아 그 전부를 우리 서울대회로 끌어오는 운동을 적극 전개하는 일이다.
또 그 일에 대해서 주최측으로서 적극 후원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한을 중국「펜」위원장인 임어당 박사에게 띄우고 있다. 하여간 이런 일정관계 때문에 두「펜」사이에 조금이라도 틈이 생겨선 안 될 것이며 중국「펜」으로선 그대로 서울대회를 믿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 더구나 임어당 박사는 오는 서울대회에 귀빈작가로 초청되어『동서문학의 해학』에 대한 기조연설을 하는 한사람으로 예정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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