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SK수사에 촉각] "숨은 의도 뭘까" 종일 어수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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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검찰이 지난 17일 SK그룹에 전격 압수수색을 벌이자 재계는 크게 긴장하면서 이 조치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는 "전경련 회장이며 재계의 얼굴인 '손길승 회장', 대표적 2세 경영인인 최태원 회장의 기업에 대한 전격 수사로 그 주체는 알 수 없으나 재벌 손보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SK와 같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삼성.LG.한화.두산 등은 이번 전격 수사의 파장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K그룹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불법적인 것은 물론 편법적으로 조성한 재산에 대한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이번 수사가 차기 정부가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 입법화를 앞두고 사전에 여론을 조성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SK그룹에 대한 조사 파문이 재계 전체의 문제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관련 법정 소송 등의 문제가 아직 완결되지 않아 긴장하는 모습이다.

삼성은 현재 이재용 상무와 그룹 임원에 대한 SDS 신주인수권부 사채(BW) 증여 및 삼성전자의 이천전기 인수건에 대한 국제심판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구본무 회장 등 그룹 경영진 일가족이 LG석유화학의 지분을 지나치게 싸게 샀다는 이유로 참여연대 측으로부터 지난 1월 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LG그룹측 역시 "당시 비상장 주식이었던 LG석유화학의 거래 가격은 세법에서 정한 규정에 의해 책정된 것"이라며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사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외 BW 발행을 두고 지난해 말 참여연대로부터 편법 증여.공시 위반 등의 의혹을 제기받았던 두산은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 아니고 편법증여 부분은 금감원 조사 결과에서도 언급이 없었다"며 SK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강조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참여연대로부터 지난해 10월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부채 비율을 고의로 축소했다고 고발된 한화도 SK와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달 말 관련 임원이 검찰에 출두해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SK㈜와 SK증권의 주가가 8~9% 이상 하락한 것을 비롯, SK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SK텔레콤이 5천원(2.84%) 하락했고 SK케미칼(3.57%).세계물산(3.71%) 등의 낙폭도 컸다.

염태정 기자

<사진설명>
SK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로 SK㈜ 주가가 전일 대비 9.4% 하락하는 등 그룹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18일 서울 명동 대신증권 직원이 SK텔레콤 주가를 살펴보고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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