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부족 해소요구와 [바터]|백47억원의 유동성규제 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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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은행은 동결된 시은자금 67억원을 15일자로 해제한데 이어 16일에는 특수은행분 80억원을 해제함으로써 모두 1백47억원을 유동성 규제에서 풀었다.
이번에 중앙은행이 유동성 규제를 대폭 해제한 것은 두 가지 뜻을 갖는다.
하나는 만성적인 시은지준부족을 메워 은행경영을 정상화해 보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연말 자금성수기를 일단 넘겼기 때문에 연초에 유동성규제를 일단 해제하고 일단 백지화한 상태에서 새 재정안정계획을 집행해 가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금융정책은 이율배반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특수금융을 비롯한 특혜금융을 대출케하여 은행자금을 무리하게 공급토록하고, 한편에서는 유동성을 조절한다는 명목아래 자본동결을 해 놓으면서 지준부족을 일으킨다고 책임을 묻는 파행적 시책을 써왔던 것이다.
금융기관은 금융외적 작용에 의해 대출을 강행한 결과 연체대출금을 누적시켜 68년 7월말 현재 3백18억원, 69년 9월말 현재 3백18억원이던 연체액이 11월말에는 5백78억원으로 급증하는 사태를 빚어 시은 경영상태가 크게 악화되었다.
이러한 연체대출현상은 곧 은행의 지준부족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이 되며 재정안정계획 집행에도 큰 차질을 가져왔다.
정부가 12월 상반월 현재 1백4억원을 기록한 시은지준 부족을 해소해 주기위해 시은자금 동결조치를 해제하고 그래도 자금이 부족할 것이므로 특수은행 해제자금을 「콜·론」해 주도록 조치했다는 것은 이러한 모순을 시정하자는 의도로 간주된다.
남재무가 밝힌바와 같이 정부로서는 은행의 불만을 모두 들어주어 금융정상화를 기하겠다는 자세가 바로 동결해제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은행의 자금동결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3월말까지 지준부족을 완전히 해소하라는 요구는 일종의 정책상 「바터」로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69년초부터 정부는 유동성 조절을 공개시장조작수단에 의존하겠다고 천명, 69년1월20일자로 2백l5억원의 동결자금을 풀어놓은데 이어 두번째가 되는 이번 조치는 곧 정부금융정책의 재확인일뿐 별다른 정책전환을 뜻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정부는 오는 4월께 입학기를 전후한 자금집중기에 다시 은행자금을 동결시킬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번 해제조치로 시은에 대한 대출억제조치까지 철회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지준부족에 충당하는데 드는 자금이 모자라기 때문이며 따라서 이것이 시은자금 공급능력에 큰 플러스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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