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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관 [페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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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부관 [페리](연락선)가 오는 6월부터 취항한다. 3천8백t·항속 19노트의 이 [페리]는 7시간이면 일본 [시모느세끼](하관)에 닿는다. 요금은 1등이 24[달러](7천2백원정도, 2등이 14[달러](4천2백원정도), 부관 [페리]엔 60대의 [마이카]도 싣는다. 서울서 자동차를 탄체 현해탄을 건너 일본을 달릴 수 있다. 3m이내의 자동차는 15[달러]의 요금을 문다. [마이카]족에겐 환상의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페리]의 역사는 꽤 길다. 1790년 미국 중부의 [델라웨어]강에 처음으로 [페리]가 등장했다. 그 당시엔 돈벌이가 시원치 못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스팀]장치가 대형화하면서부터 [페리]는 번창하기 시작했다. 마차도 싣고 매일같이 백여명의 승객을 실어날랐다.
정작 [페리]가 빛을내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무렵이다. 영국은 [프랑스]와 [벨기에]에 군대를 수용해야할 긴박한 형편에 있었다. 영국군인들은 본사에서 [트럭]을 탄체로 가만히 앉아있으면, [도버]해협의 [프랑스]항구인 [칼레이]시에서 내릴 수 있었다.
오늘날엔 [유럽]의 어느나라에서나 이 [페리]는 퍽 낭만적인 풍물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푸르고 잔잔한 바다위를 달리는 호화선의 풍경은 여간 아름답지 않다. [덴마크]와 서전과의 사이를 잇는 [페리]는 특히 유명하다.
그들은 서로 [패스포트]나 [비자]의 수속없이 왕래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페리]안에선 갖가지 물건들을 [프리·택스](면세)로 판다. 이들 나라의 시민들은 물건값이 싼맛에도 이 [페리]를 타고 오거니 가거니 한다. 담배나 술은 아주 싸구려이다. [페리·쇼핑]은 즐거운 산책인 것이다. [페리]중엔 [트레인·페리]도 있다. [도버·당커크]의 [트레인·페리]는 [런던]과 [프랑스]를 열차로 여행할 수 있게 해준다. [스웨덴]이나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차를 타면 바다건너 이웃나라엔 어디에도 갈 수 있다.
가령 서울과 제주도를 잇는 [트레인· 페리]같은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서울서 서귀포항까지 열차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나마 즐겁다.
그러나 막상 일본의 [마이카]족들이 서울 장안을 누비며 씽씽 돌아다니는 광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기분이 어떨지는 궁금하다. 더러는 쓸쓸한 웃음도 나올 것 같다.
부관 [페리]가 이 쓸쓸한 서민의 마음에 또 하나의 좌절감을 안겨주는 것이라면 그렇게 쾌재를 부를 일만은 아닌 것도 같다. 환상의 시대를 사는 서민의 이 허허한 마음을 누가 헤아려 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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