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김정은 자금 찾는 데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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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코언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제재를 총괄해 ‘금융 저승사자’로 불리는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차관은 30일 “김정은(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과 그 일가의 자금을 찾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코언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주한 미 대사관에서 중앙일보를 비롯한 한국의 5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미국의 대북 제재 목적은 대량살상무기(WMD)의 개발을 어렵게 하고 북한 지도부를 압박해 행로를 변경토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김정은의 자금이 WMD 개발에 사용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코멘트하지 않겠다. 찾을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코언 차관은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나타내는 조짐이 있다”며 “국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북한의 접근이 상당히 붕괴됐고, 무기 대금 지불을 위해서도 페이퍼 컴퍼니 또는 대리인을 내세우거나 현금다발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쿠바에서 무기와 설탕을 싣고 북한으로 향하다 파나마 당국에 적발된 청천강호 사건에 대해 “북한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질이 좋지 않아 관심을 갖는 나라가 적을 뿐 아니라 대금지불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언 차관은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체제 들어 호화스러운 우상화 건축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유엔 제재가 사치품을 막고 있지만 고급 대리석과 샹들리에까지 통제하지는 못한다”며 “하지만 주민들은 고통받는데 자신들은 호화로운 삶을 사는 북한 엘리트들의 능력은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언 차관은 지난 5월 이뤄진 중국 내 북한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중국 측의 거래 중단 조치와 관련해 “중국이 (미국의 대북 제재에) 협력했다고 보기 어렵고, 자체 목적에 따라 했던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이 전반적으로 협력적이지 않았다는 의미냐’는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중국이 비협조적이었다는 게 아니라 중국 측의 행동이 미국에 호의(favor)를 베풀려는 건 아니고 중국 금융기관 지도부가 그게 옳다고 판단해 행동한 것이란 의미”라고 부연했다.

 일본을 거쳐 29일 서울에 도착한 코언 차관은 방한 목적과 관련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연계해 일치된 대응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언 차관은 30일 김규현 외교부 1차관과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대북 제재 이행상황을 협의했다.

이영종 기자

◆데이비드 코언=북한과 이란 등의 돈줄을 죄는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차관보 시절 대북 ‘저승사자’라고 불리던 스튜어트 레비를 보좌해오다 2011년 그의 뒤를 이어 재무부 테러 및 금융정보 담당 차관으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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