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세모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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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은 국회 출석을 거부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그들은 등원 거부도 투쟁의 할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공화당만의 단독 국회를 방관, 국정에서 소외됐고 중요한 대여 투쟁 무대를 포기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신민당이 동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월26일의 전당대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의 과제는 그들 스스로가 내린 것처럼 새 이미지의 야당으로 모습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준비는 아직도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대회의 중요 과제인 새 체제 구상은 유진오 총재의 정치적 거취가 분명치 않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석달째 와병중인 유 총재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지난 2일 도일, 지께이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다. 유 총재의 1차 건강 진단 결과는 신병은 완전히 회복됐으나 과격한 행동은 치명적인 재발의 원인이 될 우려도 있다는 것이었고 유 총재도 정계 일선에서 물러서기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유 총재의 측근은 1차적 진단에 불과하다 해서 유 총재의 재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진산 수석부총재는 이미 당수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유 총재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서지 않더라도 당수 경쟁율 할 채비이다. 그러나 유진산씨의 당수 운동에는 과격한 반대 세력이 있다.

<유 총재 재기에 기대>
조한백 김재광 김세영 장준하씨 등은『진산 체제의 신민당에는 남아있고 싶지 않다』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원내 13명선을 묶어 별도 교섭 단체를 구성하고 신당 작업을 하겠다는 태도이다.
그들의 논리는 「진산체제」로는 새「이미지」가 아니라 야당의 후퇴 인상을 국민에게 주게 된다는 것. 이들은 유 총재의 유임을 희망하고 있고 유 총재가 은퇴한다 해도 진산 당수안에는 승복할 수 없다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지도계 싸고 진통>
대통령후보 문제는 이른바 「40대 기수론」을 배경으로 한 김영삼·김대중 두 의원 그리고 당외의 이철승씨 지지 세력으로 갈려있다. 또 유진산씨와 이재형씨를 지지하는 일부세력도 있다.
당사무처는 일단 전당대회장소인 시민회관을 26일 27일 이틀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예약해 두기는 했지만 지명시기에는 양론이 깔려있다.
현 부총재를 포함한 노장층은 1월대회에서 후보 지명까지 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혼선이 예상된다 해서 지명을 뒤로 미룰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40대 기수론」의 지지자들은 새 체제라지만 현상 유지선을 넘기 어려운 것이 당내 사정이기 때문에 당풍쇄신이란 과제를 후보 지명에서 찾아야만 야당의 활로를 열 수 있다해서 지명대회를 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야인사 입당 교섭>
어느파도 과반수 세력을 갖지 못한 신민당은 종래 요직 안배를 전제로 각파가 재휴해 왔다. 그러나 당수와 후보 문제가 걸린 이번 대회는 이러한 제휴가 어렵게 되었다. 왜냐하면 설혹 각파의 대표급들이 당수와 후보를 안배한다 해도 파벌 전체의 행동통일이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신민당의 또 하나의 과제는 재야인사의 입당교섭이다. 부총재단은 김영선 이철승 윤길중씨 등 재야인사들과 공식적인 입당 교섭을 벌이기도 했고 지금도 개별 접촉을 계속하고 이들 양자간에는 『신민당은 재야 세력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제삼당설 나돌기도>
그러나 재야인사들은 신민당이 그 방향에서 뚜렷한 구상을 먼저 내 놓으라고 말하고 있고 신민당측은 재야인사가 입당해서 그 방향으로 당을 이끌어 가는 노력을 함께 하자고 권하고 있다.
간간이 제삼당설이 나돌기도 하지만 아직은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이철승씨는 민권운동기구를 추진하는 일방 신민당에 입당할 경우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나서기 위한 예비 활동을 펴고 있다.
김영삼씨도 신민당 입당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개정법 만기 해금 인사들이 함께 입당할 수 있게 되면 서슴지 않고 따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상돈씨만은 신민당 입당보다는 제삼당 운동 쪽에 기울어지고 있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시기는 신민당의 1월 대회 이후로 잡고 있다.

<자금난으로 곤경도>
요즘의 신민당은 「부총재단회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민당은 자금 문제로 곤경에 빠져있다. 국민투표 운동 비용으로 2천여만원의 빚을 진데다 당간부와 의원 헌금에 의존해온 경상비도 거두어지지 않고 있고 그 위에 고흥문 사무총장도 사표를 내놓고 있어 사무처 기능이 정지 상태에 있다.
소속국회의원들은 저마다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김영삼 의원은 무교동 광남「빌딩」사무실에서 지명전 준비에 열중해 있고 김형일 김은하 조윤형 양회수 김현기 의원 등은 이 사무실을 자주 찾는다.

<흩어져서 활로 준비>
김대중 의원도 역시 무교동의 삼흥 「빌딩」사무실에서 지명전 대책으로 쉴 틈이 없다. 이재형 부총재사무실(세종빌딩)고흥문 의원사무실(그랜드 빌딩)김세형 의원 사무실(종로빌딩)은 모두 전당대회를 앞둔 각파의 집결지다.
별도 사무실을 갖지 않은 의정들은 의원회관에서 달력 만들기 등 송년 준비, 그리고 묵은 재료와 비서들이 챙겨오는 단독국회의 국감과 예산심의 재료 등을 모아 국회에 출석할 준비들을 하고 있다. 의원들은 등원 거부로 결정된 당론을 번복하기에는 때가 늦었지만 앞으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많은 의원들은 구차한 원외 협상을 내세우지 말고 국회에서 투쟁과 협상을 병행했어야 했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정해영 총무는 최근까지도 협상 재개 가능성을 모색했지만 끝내 길을 열지 못한 채 이해를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새해에야 윤곽 잡혀>
총무단은 협상을 새해의 숙제로 넘기고 선거제도 개혁의 구체안 등 협상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
결국 신민당의 체제 정비나 국회 대책 모두가 새해에 들어서야 구체화 될 것 같다.
유 총재는 연초 돌아올 계획이다. 측근들은 유 총재가 만약 연초까지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대회 준비를 하게 하기 위해 그의 정치적 거취는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유 총재의 거취가 밝혀지면 새 체제 구상 등도 그에 따라 어떤 방향을 잡아가게 될 것이다.<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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