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지예술가 월터 드 마리아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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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의 대지예술가 월터 드 마리아(사진)가 2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숨졌다. 78세.

 뉴욕서 살던 그는 두 달여 전 어머니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러 캘리포니아를 방문했다가 심장마비 증세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1935년 캘리포니아주 알바니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록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에서 드럼을 치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미술과 음악을 접목하는 독특한 양식을 구축한 그는 작업실과 화랑을 벗어나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작품활동을 했다.

 1968년 ‘1마일 드로잉’이라는 작품을 모하비 사막에 설치하면서 로버트 스미드슨(1938~73)과 함께 대지미술의 선두 작가로 두각을 나타냈다. 대표작은 ‘번개치는 들판’(1977). 뉴멕시코의 사막에 7m 높이 스테인리스 스틸 봉 400개를 설치, 비바람이 칠 때마다 번개의 섬광을 볼 수 있게 했다. 1969년엔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전시 ‘태도가 형식이 될 때’에도 참여했는데, 그 복원전이 현재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프라다재단에서 열리고 있다. 검은 다이얼 전화기를 전시장 바닥에 놓고 “전화가 울리면 받을 수 있습니다. 월터 드 마리아가 반대편 수화기로 당신과 얘기하고 싶어합니다”라고 적었다. 실제 전시장서 불시에 울리기도 했다는 전화벨 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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