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용한 안방서 향긋한 홍차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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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포근한「롱·스커트」와 따끈한 온돌, 「립턴·티」의 향기, 두소녀와 네마리 개들의 재롱 . 「메조·소프라노」 이정희씨의 겨울은 대개 이런 사랑스런것들로 엮어진다.
두소녀는 태경 (6) 태영(5) 두딸. 네마리의 개는 「마르치스」종 「잔」 과「매리」, 「셰퍼드」종 「피터」. 발바리「소피」-. 이들은 모두 겨울이 오기전부터 이정희씨가 집안에만 있어주기를 기다려온 정다운 가족들이다. 이여사가 교편을잡고있는 서울대음대는 요즘방학전시험을 치르고있다.
『저는 참 소리를 싫어해요. 소리를듣는것은 아주 근사한, 정말 수준높은 연주를 듣는것으로 족해요. 「레슨」받는 학생들의 높은 목소리. 악기들이 내는 엉클어진 소리, 그런 소리로 가득찬 음악대학에서 날마다 지내는건사실 질색이에요.』
미국서 7년, 영국서 2년 머물러있는동안에 배운 유일한 조리솜씨가 차끓이는 법인데 특히 영국서 익힌 홍차는 일미로 내놓을만 하다. 이정희씨는 「소리」가 없는 조용한 안방에 친구들을 자주불러 홍차를 끓여낼 계획이다. 홍차는 「레먼」으로 향기를 돋우거나 따뜻하게 덥힌 「밀크」 로 구수하게 하거나 한다.『본래 게으른 사람들, 가끔씩 하루만 게을러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겨울처럼 좋은계절이 또어디있어요. 저는 본래 게으른 사람이 게으름속에파묻혀 있을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 좀 곤란한여자예요.』
168cm의 크고 마른몸에 창백한 얼굴로 무대에서 노래할매 이정희씨의 모습은「겨울의 여인」 이란 단어를 생각나게 한다. 왠지 겨울의분위기가 온통 몸에 배어버린 그의겨울은 늘 「게으름의행복」 이 충만한겨울이다. <장명수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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