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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아메리카나와 동아시아] "美·日 안보조약속 보통 국가 되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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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1세기 일본의 외교목표는 미.일 동맹에 기초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보통국가'가 되는 것이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사태 당시 일본이 인도양에 해군을 파병하고, 이듬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제안하고 북한과 북.일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보통국가 목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보통국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과 마찰을 빚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은 미.일 안보조약에 외교의 뿌리를 두고 그 테두리 안에서 보통국가가 되기를 원한다.

강력한 중국의 부상으로 심화되고 있는 국가간 경쟁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과 민주주의 및 인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일 안보조약에 외교의 근간을 둔다는 것은 일본이 '민족 우선'과 '동맹 우선'을 서로 충돌하는 외교정책의 목표로 간주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본은 오히려 미.일 동맹이 확고해야 자국의 주권을 회복하고 국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 관계는 독특하다. 일본은 내부적으로는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하는 국내여론과 해외파병을 허락하지 않는 평화헌법 제9조 때문에 영국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일본이 '아시아의 프랑스'가 될 수도 없다.

프랑스처럼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일정한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자국의 국가이익을 명확히 표현하면서도 국제외교 무대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해 나가는 외교적 거장(巨匠)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일본에는 그같은 외교적 자원이 없다. 또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대치하는 미국이 일본의 독립외교를 용납하지도 않고 있다.

결국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세계 제2의 국방예산을 가진 일본의 선택은 '글로벌 민간 파워(Global Civilian Power)로서 미.일동맹의 테두리 내에서 점진적인 보통국가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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