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억류 국군포로 평균 87세, 사망하기 전에 모셔와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국군포로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국군포로 문제는 1994년 조창호 소위가 탈북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조 소위는 ‘43년 동안 내가 살고 발붙일 곳은 여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고 했다. 북한은 8만여 명이 스스로 북한에 남는 쪽을 택했다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군포로A씨의 아들이 작은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1953년 전쟁이 끝나 포로교환이 논의됐고, 북한에서는 ‘고향으로 갈 사람은 나서고 공화국을 따를 사람은 남아라’라고 했단다. 이때 남으로 가겠다고 나선 200여 명이 총에 맞고 무자비하게 죽었다고 한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북에 억류된 포로들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더 이상 국군포로 문제를 가만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물망초가 나서서 신고센터를 열었다.”

 - 국군포로들은 북한에서 어떤 삶 살고 있나.

 “심각한 차별 속에 살고 있다. 국군포로는 1956년 내각 결정 143호로 공민증을 발급받았지만 적대계층으로 분류됐다. 탈북 국군포로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불발탄 처리, 탄광 발파, 벌목, 전후 복구사업 등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한다. 북한의 탄광과 광산이 주로 국군포로들의 강제노역으로 운영된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면서도 부모형제와 고향에 돌아갈 날을 그리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국군포로의 2세도 성분이 안 좋다는 이유로 여러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김현 국군포로신고센터장이 국군포로가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센터에는 2개월 만에 300여명의 실종자 명단이 접수됐다.

 -신고센터 설립 후 두 달이다. 반응은 어떤지.

 “현재 300여 명의 국군 실종자 명단이 접수됐다. 해외에서도 접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센터가 문을 연 날 김영광 할머니가 국군포로였던 아버지 김종학 씨를 신고했다. 김 할머니는 아버지가 함북 샛별군 하면탄광에서 노역할 당시 동료였던 생환 국군포로 김 모 할아버지로부터 지난 2000년 현재 아버지가 건강하게 노역장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 할머니는 ‘그동안 아버지가 죽은 줄만 알았다가 얼마 전 물망초가 공개한 국군포로 명단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했다’고 했다. 아버지를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는 김 할머니에게 아무 말씀도 해 드릴 수 없었다. 국군포로 신고센터만 열어도 이렇게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정부가 그것을 안 하고 있었다. 국군포로가 현재 생존해 있을 경우 그들의 연령은 평균 87세다. ”

 -국군포로신고센터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

 “생환 국군포로를 찾아 함께 지낸 국군포로 명단을 작성한다. 북한을 탈출한 80분 중 71분이 생존해 있다. 대부분 그곳의 기억을 생생히 하고 계신다. 정부의 마땅한 정책 지원이 없어 그분들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긴 하지만, 생존 여부 및 가족 사항 등을 확인해 기록을 관리한다.”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사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국군포로 송환이나 생사 여부 확인에 대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2000년에 탈북한 국군포로 B씨에 의하면 13년 동안 수많은 정부기관의 조사를 받았는데, 한번도 노역장에서 함께 일한 동료 국군포로에 대해 묻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정부가 생존 미군포로의 송환을 완료하고 전사자의 유해까지 북한 당국과 협조해 일일이 발굴해 본국에 송환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전 60주년을 마지막으로 이슈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회가 지난 6월 25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군포로 송환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결의안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회는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를 속히 한국으로 송환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

 -국군포로의 송환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 힘들다면 국제사회의 힘을 빌려 국군포로를 송환하거나, 사회단체 주도로 비공식적 송환을 진행할 수 있다. 유엔이 북한인권 조사기구 (COI)를 설치했다. 여기에 국군포로 문제를 호소해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앞으로 캐나다, 미국, 호주 등에도 국군포로신고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 13일에 로스엔젤레스 지부를 설치했다. 사회단체가 주도하면 외교적 마찰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 국경 경비가 강화됐고, 국군포로들이 노령화해 탈북할 체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청소년 9명을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한 경우처럼 제3국의 협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자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국군포로는 엄연히 우리 국민인데, 이들이 고통 받고 있고, 곧 세상을 떠날 것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두는 것은 직무유기다. 국군포로들은 북한에서 새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당장 전원을 송환하는 것보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서신을 교환한다든가, 전화·상봉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후 미해결 문제 차원에서도 일반 이산가족 상봉과 분리해 별도로 국군포로 상봉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 센터는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국군포로 송환 노력을 촉구할 것이다. 100만인 서명 운동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수면 위에서 다룰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힘쓸 것이다. 국민들께서 많은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정리=배은나 객원기자 (enb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