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승자의 미소 … SK하이닉스 영업이익 1조원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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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이닉스는 국내외 사업장을 합한 2분기 실적이 매출 3조9330억원, 영업이익 1조1140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0년 2분기(1조16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D램 수요가 급증했고, 낸드플래시와 PC용 D램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영업이익률 28%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톱 클래스다.

 2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은 전 분기에 비해 20% 증가했고, 평균 판매가격은 16% 올랐다. 하이닉스 측은 “PC용에 비해 가격이 높은 모바일 D램의 수요가 급증했고,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고부가가치 제품인 서버용 D램 수요도 증가해 기존 예상치를 넘어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2011년 하반기 SK그룹에 합병된 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미세공정으로 재빨리 전환하고 수율 개선에 나선 것이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이 내리막길을 걷는 와중에도 투자를 지속한 결정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닉스는 2010년 3분기 924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그해 4분기 2940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2011년 3분기부터는 대규모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언젠가 반도체 시장이 호황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확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1년 말 SK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했지만 업계에서는 계속되는 치킨게임 속에 하이닉스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최 회장은 2012년 2월 충북 청주공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맥주파티를 하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 스킨십 경영을 강화하면서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3분기에도 모바일 D램 수요 증가와 D램 25나노, 낸드플래시 16나노 등 신규 공정 진입에 따른 원가 개선 효과에 따라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크게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스마트폰의 성장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관련 부품주들에 대해 의문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는 다소 부풀려진 것”이라며 “D램의 수급 여건 을 고려했을 때 치킨게임이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김준호 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이날 “4분기에도 D램 쇼티지(공급 부족)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가격이 올라가는 게 정상이지만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이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모바일용 D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김 센터장은 “올해 모바일 D램 수요가 100억 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는 모바일 D램 수요가 160억 개까지 증가해 PC용 D램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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