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협상의 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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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총무협상은 19일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 여야는 이날 제8차 총무회담을 열고 마지막 협상을 벌였으나『지자제』와『대통령·국회의원 동시선거의 실시문제』에 있어 양당간의 의견 차를 극복할 수 없어 불과 15분만에 결렬되었다고 전한다, 이로써 한달이 넘는 정치협상은 완전히 깨지고 말았는데, 공화당은 당초 방침대로 21일부터 국회를 단독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이며, 신민당은 공화당의 단독 국회운영을 실력으로 저지할 자세를 굳히고 있어 국회는 혼란상태에 빠지게 될 것같다.
20일까지 협상시한을 설정했던 공화당이 협상결렬을 이유로 단독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데는 그 나름대로의 상당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하루속히 국회를 열어 제3회 추경예산안·국정감사·세법개정·70년도 예산안등 산적된 안건을 처리함으로써 예산국회의 기능을 발휘하고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해보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공화당의 이러한 생각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동당이 정치협상으로 신민당을 원내에 끌어들여 양당국회를 열지 못하고 여당만의 단독 국회강행방침을 세우게 된 것을 크게 유감으로 생각한다.
여당만의 단독국회라 하더라도 그것은「무국회상태」보다 낫지 않느냐 하는 논이 나올는지 모르지만, 야당이 참석치 않는 국정감사나 예산심의는 무의미한 것이요, 그러한 국회는 행정부의 한낱 협찬기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원칙론상 단독국회 강행은 어디까지나 배격치 않을수 없는 것인데, 공화당은 이점을 깊이 반성하고 여야협상이 일단 깨졌다 하지만, 신민당을 끌어들여 양당국회를 구현키 위한 방법을 계속 찾고, 그중 가장 합리적인 것을 선택, 정치적 결단을 가지고 실천에 옮겨주기를 바란다.
10·17 국민투표에 있어서 일패도지 했던 신민당이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제도의 기간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상 미비점의 보완이 필요하고, 그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이른바 「선행 5개조건」을 내걸고 대여협상을 벌였다는 것은 정권에서 소외 되어 있을뿐더러 개헌안의 국회처리 과정에서도 소외 되었던 소수당으로서 마땅히 취해야할 자세라 볼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신민당의 대여협상은 정당정치에 있어서의 힘의 관계를 도외시하고 소수당의 입장에서 다수당의 정치적인 굴복을 강요했기 때문에 하등의 결실을 하지 못한줄로 안다.
전술상 신축자제성의 부족은「전」아니면「무」를 택하기를 좋아하는 한국야당의 생리적 결함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협상에 있어서의 유연성 부족의 실리를 추구하는데「마이너스」를 주고 있다는 점을 시인하는데 주저해서는 안된다. 협상에 실패한 신민당이 계속 등원을 거부할 것인지, 혹은 등원후 단독국회저지투쟁을 벌일 것인지 이 시점에서는 아직 자세치 않다.
그러나 우리의 견해로는 신민당의 선행5개조건 충족도 중요하지만, 예산국회를 정상화하여 국정감사나 예산심의를 제대로 한다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민당 국회의원은 이점을 잘 인식하고 5개조건 충족과 국회정상화를 양립시킬 수 있는 방도를 강구, 실천토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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