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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용 이태원 빌라 3채 전두환 비자금으로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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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아버지의 비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된 서울 이태원동 고급빌라. 재용씨는 이 빌라 17층 두 채를 지난달 27일 매각했으며 현재 18층에 거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두환(82) 전 대통령 차남 재용(49)씨는 지난달 27일 서울 이태원동 고급빌라 두 채를 급매각했다.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이었다. 빌라 매입자는 자신의 자녀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학부모인 A씨(37·여) 부부. 전씨는 매각대금으로 총 30억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은 24일 이 고급빌라 두 채의 매입자금이 ‘전두환 비자금 채권’에서 나온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해당 자금을 추징키로 하고 이달 초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압류조치했다. 검찰은 빌라 구입자 A씨를 지난 23일 불러 구입경위를 추궁했다. A씨가 재용씨와 사전에 짜고 허위로 빌라를 구입했거나 재산은닉을 위해 명의수탁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재용씨는 2001년 9월 자신이 대표로 있던 부동산관리업체 비엘에셋 명의로 이 빌라 3채를 구입했다. 2000년 외할아버지 이규동(2001년 사망)씨에게서 받은 167억500만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이 종잣돈이었다. 이 돈은 2004년 대검 중수부의 재용씨 조세포탈 사건 수사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채권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가운데 73억5500만원만 비자금으로 인정했다. 문제의 167억500만원 중 20억원가량이 이태원 빌라의 계약금 및 중도금 납부에 사용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2004년 이후 끊어진 ‘전두환 비자금 채권’과 현재 전씨 일가 재산의 상관관계가 일부 회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재용씨가 복잡한 수법을 동원해 이 채권을 ‘세탁’한 사실도 확인했다. 채권을 다른 사람 명의의 대여금고에 보관했다가 다시 차명 증권계좌를 개설·판매한 뒤 현금화했다. 이를 다시 7개의 차명계좌에 분산예치해 기업어음 할인거래 등에 쓰기도 했다.

 ◆전재국, 해외에 100만 달러 직접 예치=환수팀은 23일 전 전 대통령 처남 이창석(62)씨 등 친인척 7명 명의로 된 시중은행·증권사의 대여금고 7곳을 압수수색해 예금통장 50여 개와 금·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수십여 점 등을 확보했다. 또 전 전 대통령 일가와 주변인물 47명의 최근 20년간 증권거래내역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이날 ‘전 전 대통령 장남 재국(54)씨가 2004년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면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을 직접 방문해 100만 달러를 예치했다’고 보도했다. 재국씨는 페이퍼 컴퍼니 설립 사실이 공개된 지난달 ‘89년 미국에서 귀국할 때 남은 유학자금’이라고 해명했었다.

글=이동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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