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차제에 부동산 세제 전반을 뜯어고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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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취득세율을 영구적으로 내리기로 하고 8월 말까지 구체적인 인하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주택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인하해 왔던 취득세율을 아예 낮추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취득세율의 인하 논의는 지난달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득세는 낮추고, 재산세는 높이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그러나 지방세인 취득세율을 인하할 경우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의 세수(稅收)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안전행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 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관련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가 일단 취득세율 인하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정부는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 등 지방세제 개편을 포함한 중앙·지방정부 간 재원 배분 방안을 이달 말까지 논의한 후 정기국회에서 최종 세율조정안을 입법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민적 관심사였던 취득세율 인하방침에 관해 일단 정부 내의 이견을 해소하고 영구 인하의 원칙에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취득세율 인하 방침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이미 지난 6월 말로 한시적인 취득세율 인하조치가 끝나 시장에선 거래가 급감하는 ‘거래 절벽’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국회에서 취득세율 인하 법안이 처리된다 해도 내년 초에나 적용이 가능해 주택시장이 당장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시적 인하에 따른 ‘거래절벽’ 현상이 예견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취득세율 영구 인하 조치는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부의 취득세율 영구인하는 ‘주택시장의 정상화’에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우리는 그동안 ‘부동산 거래세의 완화와 보유과세의 강화’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 억제책의 일환으로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거래세를 낮춰 부동산 거래의 물꼬를 터주되, 보유세는 지역별 재정여건에 맞춰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면 이번에 거론된 취득세뿐만 아니라 부동산 관련 세제 전반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장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산세의 조정과 함께 별도의 지방재정 확충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또 과거 부동산 폭등 때 올렸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세율을 낮추고, 징벌적 부자과세 목적으로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해 재산세에 통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취득세율만 달랑 손대서는 그동안 왜곡된 부동산 과세 체계를 바로잡을 수 없다.

 특히 이번에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개편할 때는 인구구조와 주택수급 상황의 변화를 감안해 종합적인 안목으로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부동산 경기조절 목적으로 세제를 동원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과세체계를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