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으로 풀어보는 관절질환] 중장년의 공포 디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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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요통의 ‘습격’을 받은 김모(65)씨. 통증이 오른쪽 엉덩이 부위를 공격할 때만 해도 약으로 버텨보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은 사타구니·허벅지·종아리로 이어져 마치 전기가 오듯 저릿저릿해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는 결국 119를 불러 병원을 찾았다. MRI(핵자기공명장치) 진단 결과는 심각했다. 척추 4·5번 요추디스크가 터져 이곳에서 흘러나온 수핵이 신경을 눌렀던 것이다. 그는 이 정도면 수술을 권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불안해했다. 하지만 그는 간단한 시술을 받고 통증에서 벗어났다. 6개월후 MRI 촬영을 해보니 튀어나온 디스크 조각은 흔적만 보일 정도로 사라졌다.

중장년층에게 디스크(척추추간판탈출증)는 공포의 대상이다. 디스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추간판을 채우고 있는 수핵이 튀어나온 정도에 따라 ▶약간 튀어나온 ‘팽윤성 디스크’ ▶좀 더 크게 나온 ‘돌출성 디스크’ ▶수핵이 빠져나와 신경통로를 막은 ‘부골화 디스크’가 그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핵이 터져 버린 상태다. 이 경우 굉장히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통증의 원인은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는 데다 여기서 염증성 물질이 나와 신경을 붓게 만들기 때문. 신경이 부으면 신경 속으로 지나는 혈관의 혈액순환이 잘 안 돼 신경을 더 붓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 이러한 상태를 신경의 ‘구획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터진 디스크는 엄청난 통증을 유발하지만 치료는 의외로 쉽다. 대부분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치료 원칙은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해 신경의 혈액순환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치료 방법은 비수술과 수술로 나뉜다. 비수술로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약이나 간단한 시술로 신경을 붓게 하는 염증을 제거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통증을 가라앉히는 먹는 약으로 시작한다. 약으로 치료가 가능한 상태라면 1주일만 지나면 증상이 호전된다.

통증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시술을 한다. 이때 비수술 요법인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을 추천한다. 신경성형술은 신경차단술보다 진일보한 치료법이다. 신경을 누르는 부위까지 직접 카데터가 들어가 막혀 있는 신경 부위의 유착을 풀어주고, 손상된 부위에 직접 치료제를 주입한다. 1년 뒤 MRI 검사를 해보면 터져서 튀어나온 디스크가 거의 녹아 없어진 모습을 보인다

이 방법으로도 치료가 안 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요즘엔 시술의 발달로 수술 빈도가 많이 줄었다. 특히 젊은 층에선 수술이 드물 정도로 비수술로 치료하는 사례가 더 많다. 중요한 것은 통증을 무조건 참지 말라는 것이다.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신경의 섬유화가 진행돼 신경장애가 남을 수 있다.

김재훈 정형외과전문의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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