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1주일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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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투표일을 한 주일 앞두고 개헌공방전은 매우 치열해져가고 있다. 여-야는 기간조직을 총동원하여 표전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쌍방의 유세활동은 대도시에 집중되어 가고 있으며, 전파「미디어」를 통한 선전대결이 본격적으로 개시되었다. 10일에는 박대통령이 직접 방송에 나서 그 정치적 소신을 밝힘으로써 국민의 관심을 각별히 환기시켰다.
지금까지의 개헌공방전의 전개 과정을 보건대, 9·14 사태이후 찬·반 양측이 각각 배수진을 치고 온갖 힘을 다하고 있지만, 정정당당한 이론적 대결이라기보다는 터무니없는 중상모략, 비열한 인신공격, 음성적인 매표행동이 자행되고 있음은 유감스럽게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개헌여부를 결정짓기 위한 국민투표운동의 이와 같은 양상은 후진적인 정치풍토에서는 불가피하다는 논이 나올는지 모른다.
그러나 주권자로서 개헌여부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권을 갖고있는 국민을 상대로, 개헌에 대한 찬·반 설득을 벌이는데 찬성, 혹은 반대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유권대중의 정치의식 수준이 낮은 것을 기화로 정궤를 벗어난 탈선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점을 잘 명심하여 개헌을 찬성치 않으면 안될 이유, 혹은 개헌을 반대치 않으면 안될 이유를 정확히 밝힘으로써 유권자로 하여금 자유로운 판단을 내리는데 좋은 자료를 제공토록 힘써야 할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정부-여당은 지난날의 업적을 자화자찬하는데서 진일보하여「선심공세」를 크게 벌이고 있다한다. 개헌은 공화당의 계속 집권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일종의 선거기분에 들떠 선심공세를 취하는 것을 이해지 못하는 바 아니다.
선거는 곧 「선심 쓰기」이고 「매표」다 하는 사고방식은 67년 6·8 선거 때부터 유력하게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그런 사고방식이 완전히 불식되고 혼탁한 분위기가 배제될 수 있도록 정부-여당-국민이 다같이 깊이 조심해야 하겠다.
국민투표 운동이 종반기에 이르게 되면 정치집단이 이성을 잃고 과열된 운동을 전개함으로서 불미스러운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국민적 입장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우리는 여-야가 극도로 흥분하여 공방전을 벌인다하더라도 「정치전쟁」이 어디까지나 법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질 것이며, 폭력사태 등의 조성으로 국가안전 사회안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강력히 염원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투표의 실시를 즈음하여」라는 담화를 발표하여 선관위가 해야할 일, 정당, 사회단체가 지켜야 할 일, 국민이 협조해야 할 일 등을 일일이 밝혀 놓았지만, 우리는 이 담화내용이 잘 준수되어 각급 선관위가 투표 및 개표사무관리에 공정을 기해주기를 요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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