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침 1시간 전 조명 낮추면 잠드는 데 도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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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여름은 밤이 괴로운 계절이다. 찌는 듯한 더위가 밤까지 이어지면서 잠을 설친다. 이리저리 뒤척거리다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간신히 잠들어도 금방 깬다.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몸이 무겁고 찌뿌드드한 날이 계속된다. 바로 열대야(熱帶夜)다. 한낮에 뜨겁게 달아오른 지표면이 밤에도 식지 않아 잠을 방해하는 것이다. 몸이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무기력해지고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진다. 시골보다는 아스팔트로 뒤덮인 대도시에서 더 심하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영기(사진) 교수에게 여름 수면장애 원인과 열대야를 극복하는 수면법에 대해 들었다.
 
 -다른 계절과 달리 유독 여름철에 잠을 자기 힘든 이유는.
 “외부 기온이 높아 체온조절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뇌 속에 있는 생체시계의 영향으로 24시간을 주기로 일정하게 반복한다. 체온도 마찬가지다. 낮에는 체온이 오르고, 밤에는 떨어진다. 그런데 열대야로 밤에도 기온이 높으면 체온이 낮아지지 않게 된다. 오히려 몸속에 있는 온도조절 중추를 자극해 뇌를 각성시킨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도 줄어든다.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섭씨 18~20도 정도가 잠을 자기에 적절하다.”

 -잠이 건강을 지배한다는데.
 “잠은 단순히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과정 중 하나다. 인간은 전 생애의 30%가량을 잠을 자는 데 사용한다. 낮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다. 스트레스를 완화하기도 한다. 잠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집중력·사고력·기억력이 나빠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고 무기력감을 호소한다. 비만·고혈압·당뇨병 같은 성인병 발생 위험률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교통사고 같은 안전사고를 일으킬 위험성도 커진다.”

 -적정 수면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는 하루 3~4시간 정도만 자도 충분했다고 한다. 반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0시간 이상 수면을 취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잠을 많이 잔다. 성인은 7시간30분, 청소년은 8시간, 초등학생·유치원생은 9시간 정도 자야 한다.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졸음이 온다면 수면시간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실제 우리나라는 수면시간이 짧은 나라 중 하나다. 성인 10명 중 7명이 밤 12시 이후에 잠든다.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정도다. 보건복지부에서 전국 중·고교 학생 8만 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에 불과했다.”

 -부족한 잠을 주말에 한꺼번에 몰아서 자도 괜찮나.
 “주말에는 신체도 쉬려는 경향이 있다. 평소보다 1~2시간 정도 더 자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주말 내내 잠을 자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하루 종일 잔다고 피로가 풀리는 게 아니다. 오히려 수면 리듬을 깨뜨려 낮에 자고 밤에는 깨어 있는 상황을 만든다.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면 수면 리듬도 점점 뒤로 밀린다. 심한 경우엔 새벽 5~6시에 잠이 드는 경우도 있다. 정작 자야 할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해 피곤한 월요일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월요병 역시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 생긴다. 주말이라고 하루 종일 쉬기보다는 적절히 활동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숙면을 취하는 비법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항상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게 좋다. 주중·주말·연휴 상관없다. 기상시간도 중요하다. 얼마나 오래 잤느냐보다 아침에 언제 일어나느냐가 중요하다. 늦게 잠들었어도 기상시간은 평소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일어난다. 일단 잠에서 깨면 15시간 이상 지나야 다시 수면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늦게 일어나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덩달아 늦어져 수면 리듬이 흐트러지기 쉽다. 밤에 자려고 노력해도 뒤척거리며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수면 법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30분 이상 햇빛 샤워를 한다. 뇌에서 수면 리듬을 조절하는 생체시계는 빛을 감지하면서 신체를 깨운다. 전날 잠을 설쳐 피곤하다면 20~30분 정도 토막 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밤에는 격렬한 운동을 삼간다. 운동은 잠을 깨우는 각성효과가 있다. 운동 후 신체가 안정을 찾기까지 1~2시간 정도가 필요하다. 잠자리 들기 두 시간 전에 운동을 마친다. 각성효과가 있는 커피·홍차·술·담배도 피한다. 수면 환경도 점검한다. 침대·베개 등 침구가 편안한지, 침실이 너무 덥거나 춥지 않은지, 환기는 잘되는지 살핀다. 조명은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 어둡게 한다.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어두워야 분비된다.”

 -너무 더워 잠자기 힘들 때는 어떻게 하나.
 “억지로 잠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졸릴 때 자야 한다. 침대에서 뒤척거리지 말고 바로 일어난다. 누워 있다고 해서 잠이 오는 게 아니다. 가볍게 20~30분 정도 산책을 하거나 거실에서 책을 읽는다. 샤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한다. 찬물은 중추신경을 자극하고 혈관을 일시적으로 수축했다 확장시켜 체온을 높인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직접 쐬는 것도 피한다. 밤새 바람을 쐬면 체온을 계속 떨어뜨려 저체온증을 일으킬 수 있다.”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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