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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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트루시에 일본 대표팀 감독은 팀이 미야기 구장에서 터키에 1-0으로 패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였다.

2회전 경기 후 프랑스인 트루시에는 "모험은 끝났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 축구의 미래에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지금 일본 축구의 임무는 월드컵 이후의 공허감을 매우는 것이다.

일본-러시아 전 TV 시청률은 축구 경기 사상 최고인 66.1%였다. 일본이 2회전 진출을 굳히자 1만6천여명의 축구팬들은 오사카 시내 도우톤보리강에 뛰어들었다. 일본인들은 마음을 내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에는 이처럼 격정적인 행동으로 기쁨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다음 4년은 일본 축구에게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월드컵 때문에 2개월을 쉰 J리그는 6월 13일 재개됐다. 브라질과 터키의 4강전이 열렸던 사이타마 경기장은 인기있는 J리그 클럽 우라와 레드다이아몬즈의 홈구장 중 하나다. 일본 대표팀에서 뛰었던 레즈 선수는 한 명도 없었지만 레즈 대 주빌로 이와타의 입장권 6만장은 경기 이틀 전에 매진됐다.

수토 신지 레즈 공보관은 "사아타마 경기장에서 훌륭한 경기들이 많이 열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기장에라도 와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월드컵을 위해 경기장을 10개 건설했다. 그러나 삿포로돔, 이바라키의 가시마 축구경기장, 요코하마의 국제경기장, 고베의 미사키 경기장(수용인원을 줄이기 위해 좌석을 일부 제거된 뒤) 등 4곳만이 J리그 경기에 정기적으로 이용된다.

경기장

사이타마는 도쿄 북동쪽 25마일(약 40킬로미터) 지점에 있다. 사이타마시가 7억달러를 들여 이 경기장을 건설했다. 그러나 레즈는 리그의 15경기 중 5경기만 이곳에서 치른다.

교통 문제가 한가지 이유고 또 하나는 정치적인 문제다.

지역 팬들이 사이타마 경기장에 가려면 가장 가까운 기차역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30분 이상을 가야한다.

그리고 레즈는 토요일에만 사이타마 경기장에서 경기를 가질 수 있다. 이는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경기 수를 연 20회로 제한하고 유소년 경기를 유치하기로 한 정책 때문이다. 게다가 사이타마 경기장 임대료는 J리그 표준보다 높은 15만달러나 된다.

레즈의 다른 홈구장 고마바 경기장이 1993년 J리그가 출범한 뒤 대폭 수선을 했다는 사실까지 가세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경기장 수리는 우라와시가 지원했다. 우라와시는 레즈의 투자자로서 경기장이 가능한 많이 이용되길 원한다.

다른 월드컵 경기장들의 상황은 제각각이다. 잉글랜드-아르헨티나의 1회전을 유치했던 삿포로돔은 이익을 내야한다. 그래서 이 경기장은 축구 외에도 프로야구 경기와 대중가요 콘서트도 개최한다.

월드컵 개최도시 10곳은 모두 J리그 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이타와 니이가타 두 도시는 2부리그인 J2팀만 보유하고 있다. J2의 평균 관중은 5천37명에 불과하다.

일본축구협회(JFA)

일본축구협회(JFA)는 브라질인 지코에게 대표팀 감독 자리를 맡기면서 월드컵 열기를 이어나가길 바라고 있다. 이제 49세가 된 브라질의 전설 지코는 J리그가 출범한 1993년에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뛰었고 일본에서는 '축구의 신'으로 불린다. 지코는 1994년 은퇴한 뒤 애틀러스의 기술고문으로 일하며 팀을 4번 우승으로 이끌었다.

가와부치 사부로(58)는 J리그 출범 이후 계속 회장 직을 맡아왔고 이제 JFA 회장이 되려한다. 이렇게 되면 J리그와 JFA의 관계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가와부치와 트루시에는 대표팀 선수 차출을 놓고 종종 충돌한 바 있다.

비록 공동 개최국 한국의 4강 신화에 가리긴 했지만 일본은 16강에 올랐다. 일본과 일본의 전 식민지 한국의 적대적 관계에 대한 말이 많았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친밀한 축구 친교를 다지고 있다. 양국은 아시아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과 인근 국가들을 망라해 중동 블록에 대항하는 동아시아축구연맹을 설립하려 한다. 1회 동아시아 대회는 2003년 일본에서 열린다.

선수

일본의 젊은 선수들은 나카타 히데토시(페루자, 로마, 파르마)와 오노 신지(페예누르트)의 뒤를 이어 해외진출을 꿈꾸고 있다. 나카무라 순스케(24)는 마지막 순간에 대표팀에서 탈락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 레기나와 계약했다. 미드필더 이나모토 주니치(24)는 벨기에와 러시아 전에서 골을 넣었다. 그는 아스날에서 런던 라이벌 풀햄으로 이적했다. 일본 대표팀 주장으로 '배트맨 마스크'를 썼던 미야모토 츠네야스(25)와 브라질 태생 알레산드로 산토스(24)도 유럽 클럽을 물색하고 있다.

요코하마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 때 JFA는 지역 어린 축구 선수들을 초대해 사각지대라는 이유로 판매하지 않은 좌석에 앉혔다. 한 어린이는 흥분한 어조로 "어느 팀을 응원하세요? 저는 독일 팬이에요. 칸을 좋아하거든요"라고 말했다.

아마 월드컵이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전에는 축구에 관심이 없었던 다양한 연령대의 일본 남녀가 각자의 방식으로 월드컵을 즐겼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제 일본은 2006년 독일을 향한 새로운 축구 모험을 시작한다.

Hijiri Kono (CNNSI)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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