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 청천강호 내달 현장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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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사일 부품 등을 싣고 쿠바에서 북한으로 향하다 파나마에서 나포된 북한 선박 청천강호에 대해 유엔이 현장 조사에 나선다. 파나마 외무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속 요원 1명을 포함,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다음 달 5일 파나마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유엔 북한제재위원회 소속 한국인 전문가도 참여하게 된다. 파나마 정부는 전날 유엔 안보리에 청천강호 조사를 요청했다.

 파나마 당국은 현재 350여 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해 선박 내부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억류 기간 중 내린 비로 선박에 실려 있던 20만여 개의 흑설탕 포대들이 엉겨 붙고 벌 떼가 달려드는 등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국 매체 글로벌포스트가 전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8일 “파나마 당국이 마약 운반 혐의로 청천강호를 강제로 수색했으나 마약을 발견하지 못하자 다른 짐을 걸고 들면서 저들의 폭거를 비호하고 있다”며 “그들이 걸고 드는 짐은 합법적인 계약에 따라 수리해 쿠바에 되돌려주게 돼 있는 낡은 무기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은 북한 선박이 무기를 싣고 가다 적발된 것은 국제조약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므로 안보리의 조사와 후속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유엔 북한제재위는 현장 조사가 끝나는 대로 청천강호가 유엔의 대북 결의안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비에르 카라바요 파나마 검찰총장은 17일 기소한 35명의 청천강호 선원들에 대해 “파나마 안보에 대한 위해 기도 혐의가 입증되면 4∼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선원들에게 적용된 구체적 혐의는 ‘파나마 안보에 대한 위해 기도’와 ‘미신고 군사 장비의 불법 운송’이다. 선원들은 예전 미군 기지가 있던 포트 셔먼에 구금돼 있다. 나포 당시 흉기로 자해를 시도한 선장은 목에 상처를 입어 현재 입원 치료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카라바요는 말했다.

 조병립 파나마 주재 한국 대사는 18일 파나마 안보장관과 면담하고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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