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오전 10시3분. 축구대표팀 소집 훈련 첫날,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홍명보(44) 감독이었다. 자신이 정한 규칙에 따라 NFC에 걸어서 입장한 홍 감독은 “여기를 걸어 들어간 건 나도 처음”이라며 “잠시나마 나를 돌아보는 계가가 됐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소집과 관련해 ▶정장 차림으로 ▶오전 10시부터 정오 사이에 ▶걸어서 파주 NFC 정문을 통과하라는 세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홍 감독은 이날 스스로 정한 규칙을 가장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규칙은 매우 효과가 좋았다.
◆확 달라진 소집 풍경=최종 엔트리 23명 중 J리그에서 뛰는 7명(18일 소집)을 제외한 16명이 정해진 시간 내에 규칙에 맞춰 입소했다. 박종우(24)는 “정장을 입고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게 불편했다. 그렇지만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평소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가장 늦게 도착한 김영권(23)도 오전 11시45분에는 정문을 통과했다.
이들은 정문 앞에서 승용차나 택시에서 내려 캐리어나 가방을 가지고 약 300m를 이동해 숙소가 있는 본관 건물로 들어갔다. 예전에는 에이전트나 자신의 차를 몰고 다니던 길이다. 헐렁한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오던 때보다 걸음걸이도 훨씬 점잖아 보였다.
홍 감독이 부임 직후 “선수들이 파주 NFC에 들어오는 첫 걸음부터 달라졌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게 현실이 된 순간이다. 옷차림 변화를 통해 대표팀의 품격을 높이자는 홍 감독의 전략이 일단 성공했다.
◆미팅은 짧고 분명하게=홍 감독은 선수들과 짧은 미팅으로 대표팀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여러분은 국가대표다. 그에 걸맞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껴라.” 홍 감독이 선수단에 직접 전한 간명한 메시지다. 홍 감독은 기자들에게 “최근 축구계 안팎의 여러 이야기에 대해 선수들과 의견을 나눴다.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되, 부담감은 갖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아침 일찍 절차와 규정을 따져가며 대표팀에 합류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입소하는 선수들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느껴져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첫날부터 전술훈련=첫 훈련은 오후 5시부터 밀도 있게 진행됐다. 선수 대부분이 전날 경기를 치렀지만 간단한 회복훈련을 한 뒤 기본적인 전술훈련까지 소화했다. 4-2-3-1 포메이션에 바탕에 두고 팀 전체가 밸런스를 유지하는 훈련이었다.
황보관(48)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홍 감독이 선수단 분위기를 장악하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면서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선수들의 표정을 확인하니 경기력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2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동아시안컵 1차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다. 홍 감독은 “당초 한 시간 반 훈련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경기를 뛴 선수가 있어 한 시간으로 줄였다. 호주전은 K리그 선수를 주축으로 치르겠다”고 말했다. 첫 훈련 시작 때 동료의 박수를 받으며 주장에 임명된 하대성(28)은 “해외파·국내파 할 것 없이 사이좋게 지내자”고 의미심장한 인사말을 했다.
파주=송지훈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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