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어, 넥타이 못 매는데…겨울양복 입고 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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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와 (이)명주는 넥타이 매는 법을 모르거든요.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 매고 왔어요.”

 고무열(23)은 17일 아침부터 넥타이와 씨름했다. 그를 비롯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파주 NFC 소집을 앞두고 옷차림새를 갖추기 위해 야단법석을 떨었다. 홍명보 감독이 17일 대표 소집 때 정장을 입으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운동복이 익숙한 선수들에겐 낯선 드레스코드지만 선수들은 감독의 뜻에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난 6월 레바논 원정 때 정장을 지급받은 박종우(24)나 결혼할 때 맞춘 정장을 입고 온 서동현(28)은 수월하게 준비한 편이었다. 고생한 선수들도 있었다. “온 집을 다 뒤져도 겨울 정장밖에 없다”며 두꺼운 양복을 입고 온 고무열과 이명주(23)는 뜨거운 태양 아래 계속 땀을 흘렸다.

 가장 철저하게 준비한 건 김동섭(24)이었다. 그는 20세 이하 대표팀 시절 홍 감독의 지도를 받았으나 한동안 인연이 끊어졌다. 그는 이번 소집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옷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 옛 정장이 맞지 않는 것 같아 소집 사흘 전 백화점에 가서 새 옷을 샀다. 말쑥한 차림새로 합류한 그는 “정장을 고를 때부터 마음이 색달랐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원한 것도 이 같은 마음 자세다.

 홍정호(24)는 유일하게 상의와 하의의 색이 다른 콤비를 입고 왔다. 최근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결혼식장에서 한 언론사에 의해 ‘워스트 드레서’로 꼽힌 홍정호는 “이번에도 내가 워스트 아니겠나”라며 웃었다. 옷 못지않게 선수들을 괴롭힌 건 넥타이였다. 홍정호는 박종우의 넥타이를 급히 빌렸고, 고무열·이명주는 매는 법을 몰라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야 했다.

 홍 감독이 정한 ‘정장 원칙’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정성룡(28)은 “정장을 입고 걸어 들어오는데 (레드)카펫을 걷는 듯했다. 정문부터 미디어존까지 50여m에 불과한 거리지만 난 몇백m라고 느꼈다”고 했다. 하대성(28)도 “청바지를 입었을 때와 달리 책임감이 강해진다”고 했다.

파주=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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