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단·좌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국「사기」(문제기) 에『좌단』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대로 풀이하면『왼쪽 어깨부분의 옷을 벗는다』는 뜻. 후세에 이 말은「찬성」·「가세」라는 뜻으로 쓰이고있다.
그 유래가 의미 깊다. 한나라 고조 (유방) 의 황후는 여씨 가문에서 났었다. 고조가 한의 황제자리에 오른 것은 여씨의 숨은 공이 컸다. 여후는 상당한 여걸정치가였던 모양이다. 장군 한신을 죽인 것도 여후가 한 일이었다. 고조가 죽자, 여후는 한의 천하를 뺏어 다스렸다. 여후는『모든 제후는 유씨 일족에 한한다』는 규칙을 깨뜨리고, 여씨 일족을 그 자리에 임명했다.
그러나 여후의 천하도 오래지 않았다. 그가 죽자 천하는 유씨와 여씨의 두 파로 갈라졌다. 수도의 군대를 장악한 장은 여씨였다. 혼란과 긴장은 말할 수 없었다.
이때에 주발이라는 사나이가 나타났다. 그는 진중에 들어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여씨를 지지하는 편은 우단하고, 유씨를 지지하는 편은 좌단하라』 (「위여씨우단, 위유씨좌단」 ) . 사람들은 한쪽 옷을 벗기 시작했다.『군중, 개좌단』 -. 전군은 왼쪽 어깨를 내놓고 유씨의 편에 섰다. 그 군대를 이끌던 여씨는 멸하고, 유씨 편에서 황제에 오른다. 바로 그가 한의 문제다.
단견 이 의사표시의 방법으로 채택된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거수의 방법도 있었겠지만, 굳이 한쪽 소매를 벗어 어깨를 내놓게 한 것이다. 거수가 아니라도 병자호란 때 여진족의 화를 피한 우리의 아낙네들은 머리에 기묘한「핀」을 꽂음으로써 하나의 저항을 표시했던 일도 없지 않다.
그러나 주발은 단호히 우단·좌단을 외쳤다. 「우유부단」파에 대한 정문의 일침이랄까. 행여 거수를 헤아리는 동안 슬쩍 손을 내리는 자의 마음을 묶어버리려는 지혜도「단견」속엔 숨어 있는 것이다.
주발의 결단이 필요한 순간으로 우리도 한발 짝씩 다가서고 있다. 신념의 결단이라면 우단이든 좌단이든 소매를 벗어야 할 것이다.「우유부단」으로 역사의 방향이 흔들리는 힘없는 거수는 오늘의 시대에도 깊이 반성할 바가 있다. 자, 이젠 소매를 벗을 때이다. 우단이든, 좌단이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