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짓밟힌 꽃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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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남산 야외음악당의 꽃시계가 지난8일 술 취한 일부 군인들의 발아래 마구 짓 밟혀 버리고 맡았다 한다.
이 시계는 약 두달 전 어느 회사가 남산을 찾는 시민과 어린이들의 정서를 위해 기증했다고 하며, 종소리 또한 멀리 영국의「웨스트민스터」사원으로부터 녹음해 온 알뜰한 정성이 담긴 것이라고 한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 나는 개학식 날 꽃시계 이야기를 신이 나서 떠 벌이던 우리반 꼬마들의 천진난만한 얼굴들이 먼저 떠올랐다.
일선장병에게 위문품을 보내거나 위문 편지를 보낼 때 우리국군아저씨는 용감하고 씩씩하고 믿음직스럽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왔는데 아무리 술이 취해 저지른 짓이라고는 하지만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무엇이라고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흙 한줌 보이지 않는「아파트」구석방에서도 꽃을 가꾸고 사랑할 줄 아는 외국인들과 비교해 볼 때, 「디즈닐 랜드」를 만들어 어린이에게 꿈을 안겨주는 외국에 비교해 볼 때 얼마나 삭막하고 서운한 일인가.
그러나 나는 꽃을 사랑하고 가꾸는 아름다운 국민성을 길러줘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 교사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된다.
언젠가 책상을 칼로 긁어 상처를 내는 아동에게 이렇게 타이른 적이 있다. 『이 책상은 네가 언니들에게 물려받은 것이고 또 네 아우들에게 물려 줄 것인데 좋은 언니가 되고 싶지 않니?』 라고…. 이 방법이 좋은 효과를 보아서 그 후론 소중히 다무는 것을 보았다. 국민교육이 이렇게 중요한 것임을 깨닫는 이 순간에 나는, 이제까지 너무 안일 무사히 보내온 내 자신이 무척 부끄럽게 생각되며, 앞으로 다시는 우리 국민 중에 이런 이즈러진 행동이 없는 명랑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아이들의 교육에 힘써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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