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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추징금' 아들·딸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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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전담팀이 16일 오후 4시25분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에서 압류 절차를 마친 뒤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16일 전격적으로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에 들어가 재산 압류 절차를 밟았다. 또 일가·친척의 집과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 법 시행 나흘 만이다. 전두환 추징법의 뼈대는 전 전 대통령이 가족 등 제3자 명의로 숨긴 재산을 찾아 추징금으로 환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지난 12일부터 시행됐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이번 절차는 단순 집행이 아니라 수사”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자녀와 친인척들의 불법행위 여부를 수사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사저 재산 압류는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김형준)와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환수전담팀(팀장 김민형) 소속 검사와 수사관 7명이 진행했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7시간 넘게 사저 내부를 수색했다. 금속탐지기도 동원했다.

 전 전 대통령 사저 건물에 검찰이 들어간 건 사상 처음이다. 2003년 8월 서울 서부지검의 압류 때에는 검사와 수사관이 경호동에서 사저 관계자를 만나 압류물을 인계받았다. 당시 연희동 사저의 별채와 가재도구 등을 압류해 경매에 부친 뒤 18억1000여만원을 추징금으로 환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엔 사저 본채와 별채에 모두 진입해 필요한 물건들에 빨간 딱지(압수물표목)를 붙였다”고 말했다. 시가 1억원 상당인 이대원 화백의 200호(200X106㎝) 그림을 압류했다. 각종 물건이 보관돼 있는 지하실도 수색해 일부 동산을 압류했다. 전 전 대통령 내외는 내내 자택에 있으며 압류 집행 현장을 지켜봤다고 한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집행을 지휘하는 검사에게 ‘수고가 많다. 전직 대통령인데 이런 모습만 보이게 돼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압수수색에는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직센터 직원 12명 등 87명이 투입됐다. 법원의 영장을 받아 모두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 딸 효선씨, 동생 전경환씨, 처남 이창석씨의 자택 등 주거지 5곳과 이들의 관련 회사 12곳이다. 재국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 시공사 본사와 경기도 연천군 소재 허브빌리지, 재용씨 소유 부동산 투자회사 비엘에셋과 삼원코리아, 처남 이창석씨의 성강문화재단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허브빌리지에서 불상 등을 압수했다. 또 이날 회계자료와 금융, 전산자료를 확보해 소유 및 상속 관계 등을 정밀 분석 중이다. 시공사 파주 사옥 등에서 그림과 도자기 등 100여 점도 압수했다. 검찰은 이 물건들이 전 전 대통령 소유이거나 비자금과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환수할 방침이다. 검찰은 재국씨가 2004년 7월 조세피난처에 ‘블루아도니스 코퍼레이션’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재산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수사키로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및 반란 혐의로 기소돼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고 2004년까지 533억원만 납부하고 1672억원을 내지 않고 있다.

글=심새롬·민경원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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