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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30곳 … 전재국 실거주지서 공예품 200점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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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이 1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를 추가 압수수색 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 내 시공사 창고에 쌓여 있는 물품들. [뉴스1]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숨은 재산 찾기에 나선 검찰이 17일 장남 재국씨의 실제 거주지에서 도자기 등 공예품 200여 점을 추가로 발견했다. 검찰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측 전문가를 불러 이틀간 30곳에서 압수한 미술품 550여 점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미납추징금 환수전담팀(팀장 김형준)은 17일 정오부터 수사팀 80여 명을 투입해 경기도 여주의 전 전 대통령 형 기환씨 자택, 서울 연희동 소재 전직 비서관 집 등 13곳을 압수수색했다. 도자기 등 200여 점은 전날 검찰이 수색한 재국씨의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아닌 서울시내 개인 소유 건물에서 나왔다. 검찰은 재국씨가 다른 건물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날 추가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은 건물 3층 재국씨 거처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아래층(2층)에 있는 거대 수장고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에는 오랫동안 수집한 듯 보이는 자기와 공예품이 대거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압수한 미술품들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맡겨 나눠 보관하는 한편 정밀 감정을 통해 환수 가능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틀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미술품은 첫날 350점 등 총 550여 점으로 늘었다.

검찰은 또 차남 재용씨와 2003년 소프트웨어 회사 오알솔루션즈코리아 공동대표를 맡았던 류창희씨의 집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류씨는 회사 설립 두 달 만에 대검 중수부가 직원 계좌로 들어온 괴자금 130억원 추적에 나서자 자취를 감췄던 인물이다. 당시 중수부는 재용씨의 재산 중 73억원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법원 판결에 따라 숨겨진 재산을 추적 중이었다. 검찰은 류씨를 수사선상에 다시 올려 풀리지 않았던 의혹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전담팀의 남은 수사 방향은 크게 세 갈래다. 첫 번째는 예금이나 채권·현금 등 금융자산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날 단행한 친인척과 측근 자택 압수수색은 이와 관련이 있다.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 강제 집행을 피해 명의를 빌려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비자금을 몰래 관리한 사실이 입증되면 환수 대상이 된다. 집이나 땅 등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둘째는 압수한 고가의 미술품 등 동산이 불법자산에서 유래했는지를 따져보는 일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일 중요한 것은 압수가 아닌 환수”라며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를 거쳐 구입 자금의 출처를 입증해야 한다. 전 전 대통령 측이 불복하면 민사소송으로 다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회계자료 분석과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압수물들의 매입 시기와 경로를 집중 추적할 계획이다. 미술품의 경우 작품마다 무슨 돈으로 샀는지를 일일이 밝혀 추징 가능한 동산임을 증명해내야 한다. 검찰은 이를 위해 수사팀을 대폭 보강하기로 했다. 전담팀장을 부장검사인 김형준 외사부장으로 교체하고 팀장이었던 김민형 광주지검 검사 외 신건호 부천지청 검사, 이건령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를 추가 투입했다. 2차장 산하 외사부 검사 4명도 전담팀에 편입시켜 부장을 포함해 검사 8명, 수사관 20여 명으로 팀을 확대했다. 전담팀의 세 번째 목표는 해외로 빼돌린 재산을 찾는 것이다. 이미 장남 재국씨가 2004년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 명의의 아랍은행 계좌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사법 공조를 통해 이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 재테크’ 얼마나?=검찰은 압수수색 전에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미술품을 서울·경기 일대에 다량 보유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시공사 등) 회사 등기부등본에 나타나지 않는 주소지에 미술품 창고가 있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압수된 미술품들이 규모에 비해 실제 가치가 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시공사가 국내 작가들의 도록 발간 프로젝트 ‘아르비방’을 대거 진행하면서 발간 비용을 돈 대신 해당 작가의 작품으로 받는 관행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압수물 중 점당 수백억~수천억원을 호가하는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박수근·천경자 등 원로부터 신예까지 국내 화가들의 작품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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